현대글로비스, 35일 만에 국내 첫 북극항로 시범운항 성공
입력 2013-10-22 18:14 수정 2013-10-22 22:39
국내 첫 북극항로 운항에 나선 현대글로비스가 한 달여의 시범운항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이번 시범운항 결과와 관련해 첫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명분 외에 얻은 게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와 현대글로비스는 22일 오후 전남 광양항 사포부두에서 국내 첫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성공한 스테나 폴라리스호 입항 기념행사를 가졌다. 전날 입항한 스테나 폴라리스호는 현대글로비스가 용선(傭船·돈을 주고 배를 빌리는 일)한 스웨덴 스테나해운 유조선으로 지난달 16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발해 35일 만에 국내에 들어왔다. 나프타 4만4000t을 실은 스테나 폴라리스호는 평균 시속 12노트로 1만5000여㎞를 운항한 후 국내에 입항했다. 1만5000여㎞ 구간 중 북극항로 구간은 4254㎞였다. 출발 당시 30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빙구간에서 쇄빙선의 투입이 늦어져 5일 정도 지체됐다. 기존 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경우 40일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5일 정도 단축한 셈이다.
해수부는 국내 처음으로 북극해를 거쳐 아시아∼유럽 간 상업용 운송을 시도한 것은 새로운 북극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보고 있다. 전기정 해운물류국장은 “외국 선사가 주도하던 북극해를 통한 국내 수출입 화물 운송시장에 국내 선사가 진출해 화물을 확보하고 국내 전문가를 승선시켜 북극해 운항절차 등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소중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운항이 상업운항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후 등의 변수가 여전히 커 화주들이 꺼리는 데다 쇄빙선 이용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시범운항에서도 나타났듯 쇄빙선 투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운항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국내외 해운사들은 여전히 북극항로 운항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의 닐스 안데르센 CEO는 이달 초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한) 유럽과 아시아 간 상업용 선적을 위해선 10∼20년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해운사들도 북극항로 운항 계획을 당분간 세우지 않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