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허위 이력서’… 50대 가장 창고관리원 취업하려 기자 경력 속여
입력 2013-10-22 18:16
2011년 10월 초 A씨(50)는 취업포털 사이트에 올라 있던 창고관리원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직원이 25명 정도인 소규모 직물 가공업체였다. 공고문에는 ‘경력·학력: 관계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단순노무직을 하기에 A씨 이력은 너무 ‘고(高)스펙’이었다. 지방 국립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지방 신문사에서 20년가량 기자로 일했다.
A씨는 자신의 이력서를 고쳤다. 대졸 학력은 뺐고 신문기자 경력은 ‘○○신문 입사·퇴사’로만 적었다. 창고관리원 채용 면접 때 사장이 “신문사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자 그는 “잡일을 했다”고 답했다. 단순노무직이라도 구해야 할 처지라 학력·경력을 스스로 낮춘 A씨는 월급 150만원에 창고관리원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한 달 후 월급명세서를 받고 격분했다. 계약과 달리 고작 55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그가 불만을 표출하자 사장은 월급으로 75만원을 준 뒤 허위 이력서 기재 등을 이유로 송씨를 해고했다. 사장은 신문사 홈페이지를 통해 A씨의 학력과 경력을 파악한 터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고 사장은 다시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사장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최종 학력 및 경력과 단순노무직인 창고관리 업무 사이에 별다른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며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