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뽑아 키우고 싶은데 “기름밥 싫다”
입력 2013-10-22 18:31
아침 7시, 익숙한 발걸음으로 경기도 안산시 성곡동 도금단지에 자리잡은 도금업체 ㈜SKC의 공장 안을 한 바퀴 돌았다. 빽빽하게 들어선 기계와 자재들 사이로 직원들이 한 명 두 명 자리를 잡았다. 윙윙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하루가 시작됐다.
30년째 도금업 ‘한 우물’을 파서 연 매출 300억원을 올리는 번듯한 기업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공장 안을 분주히 오가는 근로자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갈수록 인력난,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젊은 사람을 뽑고 싶지만 중소기업에다 도금업체라고 하면 다들 손사래를 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산직 중에 절반은 피부색도, 국적도 다양한 외국인 근로자다. 나머지 내국인 근로자는 40대부터 60대까지. 그나마 절반은 50대 이상이다.
㈜SKC를 운영하는 신정기(63) 사장에게 취업난은 먼 나라 얘기다. 일자리가 부족하다지만 ‘기름밥’ 먹는 일은 빈자리가 있어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도금업계에서는 중간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대기업과는 경쟁이 안 된다. 연봉 수준도 낮고 ‘폼’도 안 난다. 업종에 대한 편견은 가장 큰 장애물이다.
“도금업은 예전부터 더럽고 힘들다는 3D 업종이었지. 이제 환경은 많이 개선됐는데 가장 중요한 인력 문제가 해결이 안 되네.” 신 사장이 나직이 말했다.
영업, 마케팅 등을 담당할 핵심 인력은 대학을 졸업한 젊은피로 채우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됐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신붓감 구하기가 힘들다며 거들떠보지 않기 때문이다. 가물에 콩 나듯 젊은 직원이 들어오지만 얼마 못 있고 떠난다. 관리직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가 힘들다 보니 가끔씩 문을 두드린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신 사장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 같아서는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에 감사해야 할 형편이다. 회사를 이끌어나갈 젊은 기술자를 키워내고 싶지만 그런 기회가 올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신 사장은 젊은 외국인 근로자들이라도 오래 남아 현장의 기술을 이어주길 바란다. 우리 산업 현장의 공장이 늙어가고 있다. 숙련기술 단절, 생산직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SKC 같은 기업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무역협회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취업자 평균 연령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생산직에 취업한 근로자의 평균 나이는 7.4세가 높아져 올해 48.3세에 이르렀다고 22일 밝혔다.
김찬희 기자, 안산=임세정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