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준설토로 만든 농경지, 황무지로 변했다
입력 2013-10-22 18:09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이뤄진 140곳 중 60곳의 토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이 사업에 1조원 이상 투입했지만 오히려 농지를 망쳤다는 지적이다.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4대강 바닥에서 퍼낸 깨끗한 흙으로 생산성이 높은 농경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4억50000만㎥의 토사 중 1억9000만㎥를 전국 27개 시·군의 농경지 7726.9㏊에 쌓아올렸다. 농경지 높이를 2∼3m 올려 인근 하천의 상습침수를 방지하려는 게 주 목적이었다. 정부는 기존 논농사뿐만 아니라 밭작물도 키울 수 있는 토지로 탈바꿈한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2∼3곳 농경지에서 벼가 뿌리째 썩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1년6개월 동안 실시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토양 성분 조사’ 결과 전체 140곳 중 60곳의 토양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 중 8곳은 2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물이 잘 안 빠져 습해가 우려되는 농경지가 44곳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충남 부여 등 7곳은 물이 너무 잘 빠져 문제였다. 76㎜ 이상의 자갈이 발견된 ‘돌밭’도 9곳이나 됐다. 이 밖에 4곳은 염분이 기준보다 높았고, 2곳은 토양이 특이 산성으로 변했다. 배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2곳)도 있었다.
전남 나주시 김용묵 동강면장은 22일 “리모델링한 6㏊의 논이 특이산성토로 변해 벼농사를 망쳤다”면서 “벼의 절반은 누렇게 말라 죽고, 나머지도 쭉정이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사업주체인 농어촌공사는 극히 일부 농경지에 국한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을 해주고 있다”며 “90% 이상 농경지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리모델링 농경지 보완과 피해보상 명목의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토양 성질이 서서히 바뀌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없는 리모델링 농경지라도 앞으로 5년 안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농식품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