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규모 커지고 교묘해지는데… 역외탈세 대응능력 없다
입력 2013-10-22 18:09
지난 21일 국세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전재국(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시인하면서 국세청의 역외탈세 대처능력이 또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으로는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지능화하는 역외탈세를 제대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국세조세조정법에 따르면 10억원이 넘는 해외금융자산(은행계좌·상장주식계좌·파생상품거래계좌)은 의무신고 대상이지만, 페이퍼컴퍼니 같은 비상장 주식지분은 신고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역외탈세의 핵심고리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은닉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조세피난처가 아닌 나라도 탈세에 이용되는 등 역외탈세는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지난해 역외탈세로 적발된 개인·법인이 이용한 국가를 분석한 결과, 조세피난처 50개국을 포함한 69개국에서 역외탈세가 발생했으며 2개국 이상(최대 20개국)을 거쳐 이뤄진 ‘복합역외탈세’가 많았다.
국세청은 국감 업무보고에서 “자체 정보수집활동과 국가 간 공조로 역외탈세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 의원들은 “역외탈세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국세청은 2011년부터 역외탈세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나 알려질 대로 알려진 사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민간기구만도 못한 정보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피난처와의 조세정보교환협정 체결도 지지부진하다. 현재 우리나라와 조세정보교환협정이 발효된 조세피난처는 쿡제도와 마셜제도뿐이며, 전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10개국과는 수년째 가서명 상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실적도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국세청은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자가 678명이라고 발표했지만 민주당 설훈 의원은 “중복 신고를 구분하지 않은 수치로, 올해 신규 신고자는 196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여러 의원들은 역외탈세 대책으로 해외자산 신고대상을 확대하고 신고 기준금액(10억원)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