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증권사들] 현지법인 설립·경영권 인수… 공격경영으로 해외서 먹거리 찾는다
입력 2013-10-22 18:08 수정 2013-10-22 23:06
(1) 미래의 먹거리는 해외에
그간 여의도 증권가는 ‘천수답(天水畓)’식 수익 구조를 비판받았다. 벼농사에 댈 물을 빗물에만 의존하듯, 증권사들은 중개 업무(브로커리지)에만 수익을 의존했다. 거래대금이 줄어들면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변화를 시도하는 금융투자업계는 해외에서 새 저수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노후대비 서비스를 강화하는 점도 눈에 띈다. 코스피지수의 상승세에 따라 공격적인 마케팅도 뒤따른다.
여의도 증권가는 가뭄에도 버틸 수 있는 저수지가 해외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5곳은 물론 다수의 증권사가 해외에서 신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뛰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최고 수준의 해외 네트워크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총 8개 국가 10개 거점에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영업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채권, 헤지펀드,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의 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조직개편을 단행, 해외영업센터를 ‘홀세일사업부’ 내에 신설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자산관리고객을 대상으로 한 주식·선물·옵션 등 국제영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은행의 홍콩 거점을 활용해 채권발행인수·펀드사업·투자자문 등 CIB(상업·투자은행) 협력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과 상하이를 거점으로 아시아·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베트남 사무소를 비즈니스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11월 베이징에 전요우투자자문사를 설립해 범중화권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중국 경제성장 과정에서 양국 간 투자기회를 모색해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자문 등을 추진 중이다. 같은 시기에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면서 ‘아시아 금융실크로드’ 구축을 차곡차곡 실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홍콩,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은 물론 신흥시장인 브라질, 베트남 등에 총 6개 법인이 진출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선진국은 물론 이머징국가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적기에 소개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사업 모델 활성화 취지로 글로벌 사업부문을 신설한 KDB대우증권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로 금융영토를 확장했다. 미국 애플사가 장기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우량 부동산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간접투자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 인도네시아 이트레이딩증권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5월에는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최초로 몽골 울란바토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나대투증권은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의 지점망을 활용해 다양한 고객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해 중국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NPL(부실채권) 투자 부문 등에서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삼성증권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 영국 로스차일드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딜) 수행 경험을 쌓고 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 동서발전의 자메이카 발전소 인수 등이 주요 실적이다.
해외금융상품 개발에 몰두한 대신증권은 지난달 미국 최대 시니어론 운용사인 이튼밴스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7월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자체 개발한 토종 모델로 시장과 승부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