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뜨거워지는 M&A 바람… 독 될까 득 될까

입력 2013-10-22 17:49 수정 2013-10-22 23:12


우리은행, 지방은행계열, 증권계열 등 3개 그룹으로 나뉘어 매각이 진행되는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에 굴지의 금융기관이 몰려들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금융권 최대 인수·합병(M&A)이 초반 흥행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금융기관들은 저마다 인수추진 이유로 ‘시너지’를 내세우지만 대형 M&A 후 뒤따랐던 ‘승자의 저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달 진행된 지방은행 예비입찰에는 신한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참여했다. 흥행몰이를 위한 ‘들러리’란 시각도 있지만 양측은 인수를 통해 취약한 지역기반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기업은행은 경남은행 인수를 통해 경남지역에 몰려 있는 중소기업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2일 “현재 기업은행 경남지역본부의 여신잔액보다 수신잔액이 적다”며 “인수를 통해 미스매치를 해결함으로써 경남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주은행 인수에 나선 신한금융지주는 광주은행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일 목적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 전체 여·수신 중 호남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영남지역 여·수신이 5.5% 정도인 데 비해 현저히 적다.

정부도 민영화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 일부를 바꿔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매각에서 발생하는 수천억원의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법인세는 물론 증권거래세까지 면제하는 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마감된 우리투자증권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KB금융과 NH농협금융은 우투증권 인수를 통해 지주 내 비은행 비중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KB금융과 농협금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우투증권을 인수할 경우 당장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어 비은행 부문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가능해진다. 또 이를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의 은행자회사와 증권자회사의 투자은행 부문이 긴밀히 연계해 최적으로 자금조달 방식을 제공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수가격이다. 경남은행은 8000억∼1조원, 광주은행은 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우투증권은 1조8000억원에서 2조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인수비용 지출로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금융 당국이 지방은행 매각과 달리 우투증권 매각에 대해서는 최고가 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인수 욕심에 무리해서 높은 가격을 써냈다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했지만 두 조직 간 갈등은 여전하다. 최근 외환카드와의 통합을 위해 꾸려졌던 태스크포스팀(TFT)이 노조의 반대로 축소됐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에 약속한 독립경영 보장 기간 5년이 끝나는 3년 뒤에 또 다시 큰 홍역을 앓을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M&A 이후 제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심지어 같은 고객을 두고 계열사 간 경쟁이 벌어지면 인수비용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