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 ‘원초적 생명력’ 느껴 보세요

입력 2013-10-22 17:17 수정 2013-10-22 22:20


입체파의 선구자 파블로 피카소와 야수파의 대가 앙리 마티스의 공통점은? 아프리카 미술의 원시적 표현방식을 작품에 구현했다는 것이다. 원초적인 생명력을 지닌 아프리카 미술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등 유럽 화단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현대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미술 사조에서도 큐비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추상주의에 영향을 줬다.

세계 문명전을 연차로 기획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번에는 콩고강을 중심으로 중앙아프리카의 예술을 조명한다. 아프리카 예술이 국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22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콩고강-중앙아프리카의 예술’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검은 대륙, 그중에서도 극한 오지에 해당하는 중앙아프리카의 문화예술을 선보이는 자리다.

아프리카 대륙의 심장을 관통하는 콩고강은 길이 4700㎞로 아프리카에서 나일강 다음으로 길며,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다. 원래 수렵채집 사회였으나 3000년 전 서아프리카 농경민인 반투족이 대거 이주함에 따라 농경사회로 바뀌었다. 전시는 콩고강 유역의 중앙아프리카 예술세계를 ‘심장 모양 가면’ ‘조상 숭배’ ‘여인상’ 등 세 가지 주제로 소개한다.

각기 다른 주제는 콩고강 유역의 여러 부족 집단을 관통하는 문화적 연결고리다. 총 전시품은 71점. 모두 프랑스 케브랑리 박물관 소장품으로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인들이 수집한 것이다. 당시 파리는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유물을 보고 문화적 충격에 휩싸였다. 기이한 조형성, 신비스러우면서도 강렬한 표현기법, 신성하면서도 양식화된 묘사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미감에 눈뜨게 했다.

둥근 뿔이 달린 가면, 최상위 계급을 상징하는 가면, 장례식 때 사용된 여성용 가면, 루바족 왕을 떠받드는 여인과 걸상, 콩고족의 주술적 조각상, 의례용 도끼 등 희귀 유물이 한국에 왔다. 표현 형식이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신비로운 힘과 권위가 배어 있다. 현대미술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양식이 출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아프리카 미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