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난민에… 그리스·伊 “더는 못받아”

입력 2013-10-22 17:15 수정 2013-10-22 23:02

유럽연합(EU)의 더블린 조약은 난민이 처음 도착한 EU 국가에서 망명 요청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몰타 등은 불평한다. 아프리카·중동과 가까운 나라가 거의 모든 부담을 떠안기 때문이다. 정작 난민의 최종 목적지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북부일 때가 많다.

북아프리카 난민선이 주로 향하는 이탈리아 섬 람페두사는 대표적 이주민 포화 지역이다. 이곳 이주민 센터는 2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난민선 한 척이 싣고 오는 사람 수에 불과하다.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본토 센터에도 증설 압력은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센터 수용 능력을 현재 3000명에서 1만6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주민 센터 포화는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핀란드 독일 등이 망명 신청자를 그리스로 돌려보내기를 중단했을 정도다.

경제위기를 겪으며 허리띠를 졸라맨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에 난민은 설상가상의 문제다.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2600만명이 실직했다.

진짜 망명자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망명하려면 박해를 피해 이주한 사람이어야 한다. 2011∼2012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온 난민 중 이런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는 말했다. 경제적 난민이 상당수다. 국적이나 출신지 증명 서류조차 못 갖춘 난민도 적지 않다.

난민 문제로 유럽 내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월 독일은 이탈리아를 비난했다. 난민에게 셍겐협약 국가 비자와 1인당 최대 500유로(약 73만원)를 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떠나 북쪽으로 갈 수 있게 한 조치였다. 셍겐 비자 소지자는 여권이나 별도 서류 없이 유럽 대부분을 오갈 수 있다.

망명 여부 판단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수단인의 망명 허용률은 스페인 2%, 이탈리아 68%다. 유럽에서 망명 신청자의 90%가 10개 국가에 집중돼 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회원국마다 망명 신청 평가 방법이 지극히 임의적”이라며 “같은 국제 협약에 서명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EU에서 이런 불균형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