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념논쟁 중단하고 사실오류부터 바로 잡으라
입력 2013-10-22 17:43
모름지기 교과서는 정확해야 한다.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면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오도된 가치 체계와 그릇된 지식 등을 심어줄 수 있다. 이로 인한 폐해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심의를 통과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829건의 사실오류 등이 발견됐다는 교육부 발표는 매우 충격적이다. 역사편향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교과서의 경우 무려 251건의 오류가 지적됐다.
현재의 부실한 교과서 검정제도 하에서는 오류투성이 교과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검정심의회 위원은 27명에 이르나 교과서 집필 기준에 따라 제대로 쓰였는지를 심사하는 검정위원은 6명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논란이 심한 근현대사의 경우 검정위원 1명이 심사를 맡았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일제가 조선인들의 요구를 수용해 조선교육령을 개정했고, 5·18 민주화운동의 유혈사태 원인이 광주시민에게 있으며, 북한 주장을 그대로 전재해 주체사상이 정당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기술을 해도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오류는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역사바로세우기’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권의 이전투구는 꼴불견이다. 새누리당은 “교과서 8종 모두 문제가 있는 만큼 정부의 수정·보완 권고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친일·독재 미화 내용을 담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를 살리기 위한 물귀신 작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 논란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사실적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념적 잣대로 봐서는 백년하청이다.
차제에 국정교과서로 바꾸자는 일부 주장도 있으나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교과서 검인정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학생들에게 천편일률적 사고가 아닌 다양한 가치와 지식을 가르치는 데 있다. 굳이 “국정교과서를 위헌으로 볼 수 없으나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는 1992년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과거 국정이었던 한국사 교과서를 검인정으로 바꾼 것이나 대부분의 선진국이 교과서 자유채택제를 시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까닭에 애초 수정 대상으로 삼았던 사실오류를 넘어 서술상 불균형까지 수정하라는 교육부의 권고는 “검인정제도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조치”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교과서 기준을 위반하지 않은 집필진의 재량조차 인정하지 않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수정명령권을 행사하겠다는 건 국정교과서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과서 집필 요건을 강화하고, 검정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하지 않고는 교과서 논란 재발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