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님 영적 스승, 누구입니까?… ‘그들이 나를 살렸네’
입력 2013-10-22 17:25
그들이 나를 살렸네/필립 얀시 지음/최종훈·홍종락옮김/포이에마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 같은 내면의 갈등을 밖으로 투사시키는 책을 쓸 때 만난 폴 브랜드 박사는 그에게 고통을 대하는 새로운 방법을 일러준다. 인도의 어느 궁벽한 고지대에 살던 선교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브랜드 박사는 외과 의사로 평생 한센병 환우들을 돌보며 살아간다. 그의 눈이 가장 빛날 땐, 자신이 돌보는 환우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때다. 저자는 그런 브랜드 박사를 통해 겸손과 너그러움, 감사와 믿음을 배웠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을 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한센병 환자들이 인정하듯이 고통은 신체에 닥쳐온 위협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통이 없다면,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맹장염, 위궤양 따위의 질병들이 아무 예고 없이 닥쳐오게 될 것입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의사를 찾아갈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환자들이 호소하는 질병의 증후들이 실제로는 신체적 치유 작업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짜증스럽고 넌더리 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물집, 티눈, 종기. 열. 재채기. 기침, 구토, 그리고 통증 따위는 실제적으로는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려는 반사 작용인 것이죠. 흔히들 적으로 생각하는 이러한 현상들에서, 오히려 감사의 이유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147쪽)
헨리 나우웬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우웬이 상담·봉사하던 에이즈클리닉, 장애인공동체 등을 방문하면서 저자는 새로운 영성의 눈이 뜨여진 것이다.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처럼 그들은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물만 실컷 마셨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생수’가 필요했다. 나우웬과의 대화 이후, 나는 행동거지가 비위에 거슬리거나 역겨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기도하곤 했다. 하나님, 제가 이 사람을 불쾌한 존재가 아니라 목마른 존재로 볼 수 있도록 도우소서.”(534쪽)
그러나 최고의 작가가 만난 스승이라고 해서 모두 완전했던 건 아니다. 또 모두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것도 아니다. 희망의 투사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혼외정사와 표절 문제의 약점이 있었고, 마하트마 간디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낙제생이었다. 특히 간디는 끝까지 기독교 신앙을 거부했다. “간디는 크리스천들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예수님을 영접한 적은 없지만, 열정과 폭력이 난무하던 국가에서 진리가 흘러갈 수 있는 물길을 냄으로써 주님의 가르침이 진리임을 입증해냈다.”(324쪽) 그런 간디가 개종을 거부한 건 크리스천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고, 습관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세속적인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봤던 것이다. 한마디로 기독교는 간디에게 별다른 감화를 주지 못했다. 저자의 이같은 지적은 크리스천들로 하여금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결국 하나님의 증인으로 살 수 있는 길은 사랑뿐이다.
저자는 이들 외에도 은혜의 빛을 쫓는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유쾌한 천재 작가 G K 체스터턴, 미국 공중위생국 장관을 지낸 C 에버릿 쿠프, 존 던, 로버트 콜스, 프레드릭 뷰크너, 애니 딜라드, 앤도 슈사쿠를 영혼의 안내자로 소개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