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나들 (6) 꿈속서 만난 예수님 “12시 20분까지 꼭 오세요”
입력 2013-10-22 17:49 수정 2013-10-22 21:57
시골에서 투병생활한 지 3년이 되던 해 여름이었다. 의미심장한 꿈을 꿨다. 너무 생생해서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집 앞 차도에 있었다. 차도 양편으로 교회 성도들이 길게 서 있었다. 이들은 손뼉을 치면서 찬송가를 불렀다. 저만치 앞에 예수님이 서서 나를 기다리셨다. 나는 예수님의 품에 안겼다. 너무 따뜻했고 행복했다. 예수님은 나를 꼭 안아주시며 말씀하셨다.
“집사님, 12시20분까지 꼭 오세요. 12시20분까지 꼭 오셔야 해요.”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세 번 하시더니 나를 오던 길로 되돌려 보냈다. 그러면서 꿈에서 깼다. 무슨 의미가 있는 꿈인 게 틀림없었다. 무척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도시에서 전도사 7명이 찾아왔다.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교회에 봉사하러 왔다고 했다. 나는 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마당에서 음식을 대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꿈 이야기가 나왔다. 전도사들은 보통 꿈이 아니라며 꿈 해석을 잘하신다는 한 목사님을 소개해줬다. 강원도 춘천에 사신다는데 굳이 거기까지 가봐야 하나 싶었지만 손해 볼 것도 없었다. 돌아오는 주일 춘천으로 향했다.
한참 내 꿈 이야기를 들은 목사님은 잠시 기도했다. 이어 요한복음 5장을 펴고 읽어보라고 했다. 5장은 베데스다 연못의 병자에 대한 이야기다. 읽는 도중 소름이 돋았다. 그 병자와 내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면서부터 병자인 것, 38년 된 병자인 것, 그날이 주일인 안식일인 것 등이었다. 마치 예수님께서 지금 내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태어나면서 어머님으로부터 간염바이러스를 물려받았다. 내 나이는 당시 38세였다. 목사님은 베데스다 병자처럼 내 병도 깨끗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꿈속의 12시20분에서 20분은 덤으로 얻은 생명을 뜻한다고 했다. 나머지 삶은 하나님을 증거하며 살라고 했다. 낫는다는 꿈 해석을 듣고 더는 시골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3년만 시골에 있겠다고 생각하고 내려간 것이었다. 나는 3년을 석 달 앞두고 서울로 향했다. 건강은 하나님께 맡기고 하루라도 빨리 하나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시골집을 정리하고 서울로 가는 차 안이었다. 문득 ‘오늘이 며칠이더라’며 찾아보니 12월 20일이었다. 서울로 이사하고 사나흘 후 새로 마련한 아파트는 12층 20호였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안도와 기쁨이 넘쳤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서울에 올라온 지 2주 만에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다행히 아산병원이 5분 거리에 있었다. 아내의 도움으로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사는 간경화 합병증이 심해져 식도정맥류가 터졌다고 설명했다. 절망적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이 회복된 줄 알았는데 간 상태가 더 나빠진 것이었다.
‘회복을 암시하는 꿈도 꿨는데 그렇다면 꿈도, 해석을 해준 목사님도 다 엉터리란 말인가. 하나님이 계시면 이럴 수 없어’.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속으로 부르짖었다. 절망 가운데 며칠을 보냈다. 응급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다. 담당 의사가 와서 몸 상태를 설명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시골에서 쓰러졌다면 죽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하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나를 살리시려고 ‘12시20분까지 꼭 오라’는 이야기를 통해 서울로 향하게 하셨다는 것을 말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