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MD 논란의 교훈

입력 2013-10-21 18:44

한·미안보협의회(SCM)는 양국의 주요 군사정책과 전략을 협의·조정하는 기구다. SCM은 1968년 1월 발생한 ‘1·21사태’와 미 푸에블로호 피랍을 계기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해 5월 미 워싱턴에서 1차 회의가 열렸다. 이후 주최국을 바꾸며 1년에 한 번 열린다. 처음엔 한·미국방각료회의였지만 71년 4차 회담 때부터 명칭이 한·미안보협의회로 바뀌었다.

올해는 지난 2일 서울에서 45차 SCM이 열렸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달해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의 시선을 끌었다. 양국 국방장관이 발표한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 핵심 내용이 담겼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방어(MD) 체계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시스템(KAMD)을 갖고 있다. 한국 MD와 미국 MD가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양국 MD가 다를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미 MD는 북한 이란 중국 러시아 등 대륙간 탄도미사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다. KAMD는 수도권과 핵심 시설을 방호하기 위해 북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저(低)고도 시스템이다. 이번 SCM을 통해 한국의 미 MD 체계 편입 여부는 일단락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하지만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김 장관이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다층(多層) 방어를 위한 수단을 연구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을 듣고 한국 언론은 국방부가 고고도 MD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자 김 장관이 진화에 나섰다. 그는 16일 “우리는 미 MD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성, 적합성, 천문학적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미 MD 체계에 편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국이 미 MD 체계로 들어가면 중국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MD 체계가 지근거리에 들어서는 것을 중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서는 대북 영향력이 센 중국을 쓸데없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까지 타격하겠다는 결연한 모습이 인상적인 김 장관. 논란을 자초한 그가 이번 일을 거울삼아 치밀하고 전략적인 사고를 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