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석우] 급변사태 때 북한의 동요 막으려면

입력 2013-10-21 18:43


“공포와 굶주림 사라지면 중국행 난민 줄고, 탈북자 귀국해 중국 체면 손상 해결된다”

북한경제는 1990년 이후 위축되어 한국의 40분의 1이 되었지만 정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만명의 불만세력을 가차 없이 강제수용소에 보내는 폭압정치 때문이다. 급변사태가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김정일 시대와 비교하면 김정은 정권은 안정성을 잃고 있다. 작년 말부터 벌여온 대남협박 공세도 실은 북한정권 내부의 불안을 외부로 밀어내려는 징후다.

실패한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아주던 주요 세력의 지원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석기 사태에서 보듯 한국 내 종북인사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엄격한 대응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제 북한정권은 개혁·개방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붕괴를 피할 길이 없다. 개혁·개방은 그러나 3대 세습 독재정권에는 정권 포기를 의미한다. 매우 어려운 딜레마다. 결국 급변사태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통일이라는 현상 타파를 두려워하는 세력들은 북한 급변사태 시 수백만명이 외국으로 탈출해 지역 질서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한 예측은 맞지 않다. 아프간이나 르완다의 선례는 물론 20세기 독일의 나치나 소련의 독재정권 등장 때와도 사정은 크게 다르다.

독재정권이 퇴장하면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더 이상 공포나 굶주림 때문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는다. 즉 밖으로의 탈출 요인이 사라진다. 오히려 중국에서 숨어 지내던 탈북자들이 고향으로 다시 귀환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체제 핵심부 인사들이 보복을 피해 탈출할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나 이집트의 선례에서도 독재자 친척 중심의 극소수만이 탈출했다.

더구나 남쪽에 성공한 한국정부가 있지 않은가. 현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발전시켜 공존공영과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억지로 북한의 급변사태를 일으킬 이유도 없고 의사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정권이 개혁·개방을 끝내 거부하여 급변사태를 자초하는 경우 한국정부가 남의 일처럼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북한정권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해서 급변사태 대비를 게을리하는 것은 정부로서의 기본 책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햇볕정책이 끝난 후 2010년부터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제1차적 책임을 확인했다.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북한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해소된다. 예컨대 북한주민들의 2개월분 쌀 70만t을 농협창고에 비축하면 된다. 이 비상식량을 해상, 육상, 공중 수단을 통해 1주일 안에 모든 주민들에게 보낸다면 금방 북한사회가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다. 한국의 예비병력을 동원해 신속히 북한 내 치안질서를 확보하면 상호 보복이나 무질서를 방지하게 된다. 그 밖에도 국유재산 사유화 과정에 독일 통일의 시행착오를 참고하면 사회 통합을 보다 쉽게 이룰 수 있다.

아무리 한국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국제적으로 건전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북한 급변사태 해결을 위한 매우 중요한 안전장치가 된다. 한국경제의 신용 덕분에 북한지역 재건을 위한 외부의 지원과 투자는 물밀듯 들어오게 된다. 남북한의 청소년들에게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아직도 중국은 안보이익을 이유로 북한정권을 안정시키려는 기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연간 약 5000명의 탈북난민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 왔다. 그들이 고문, 강제수용소 감금, 심지어 공개처형 같은 박해를 받도록 방조해 왔다. 중국은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상의 강제송환 금지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위신을 잃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로 북한주민들의 탈북 원인이 근원적으로 해소되면 중국으로의 난민이 줄고, 중국의 국제적 체면 손상이 저절로 해결된다. 이러한 문제를 한·중 간 전략대화에서도 다뤄야 한다.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硏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