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홈그라운드인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다. 21일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19.4%로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다 지난해 1분기부터 계속 수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2∼6위는 레노버, 쿨패드(이상 12.3%), ZTE(9.7%), 화웨이(9.6%), 샤오미(5.7%) 등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10위권 밖에 있는 중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까지 합하면 50%가 넘는다.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때 1위였던 애플은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4.3%로 7위에 머물렀다. 1∼10위를 국가별로 보면 한국(삼성전자), 미국(애플), 대만(HTC)을 제외한 7곳이 중국 업체였다.
중국 업체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업체는 경쟁사의 프리미엄 제품 사양을 보급형 가격에 내놓는 전략을 구사한다.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Mi3는 애플의 아이폰5C와 비슷한 사양을 갖췄지만 가격은 1999위안(약 35만원)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이 제품은 출시 90초 만에 초기 물량 10만대가 매진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Mi3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이라며 “Mi3가 갤럭시노트3에 완승했다”고 삼성전자를 겨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중국 언론이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기사를 잇달아 내고 있다. 중국의 삼성전자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IT 전문매체 엔가젯은 중국 업체 비보가 세계 최초로 풀HD보다 고화질인 QHD(2560×1440) 해상도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이 더 이상 삼성전자나 애플의 몫이 아니라는 신호다.
중국 매체 광명망(光明網)은 최근 삼성전자 제품이 연이어 폭발사고가 나면서 중국에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갤럭시S4 배터리 문제를 집중 부각하며 삼성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3월 중국 언론의 ‘애플 때리기’와 닮아 있다. 당시 중국 언론과 소비자 단체는 연달아 애플의 AS 정책을 문제삼아 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결국 애플은 중국에서 AS 정책을 바꿨고 CEO인 팀 쿡이 직접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18.5%였던 애플의 점유율은 4.3%까지 수직 하락하며 타격을 입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애플 흔들기가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보고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같은 방식으로 깎아내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단독] 애플 이어 삼성 할퀴기… 발톱 세운 中 스마트폰 업체들
입력 2013-10-21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