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공기관장 인사 늦어지는 부작용인가… 여권 주변 ‘위험한’ 루머 속출
입력 2013-10-21 18:16
여권 주변에서 인사와 관련된 민원성 청탁과 자리를 둘러싼 루머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장 인사가 크게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현재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정부 요직이 비어 있다. 30여개 공공기관장도 공석 상태다. 이들 자리를 놓고 “유력 정치인이 누구를 밀고 있다”, “정부에서 특정 자리에 모씨를 마음에 두고 있다더라” 등 확인되지 않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1일 “자리다툼과 알력 등 인사와 관련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인사를 단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장의 편지봉투=지난 10일 당·청 막걸리 회동에서도 인사 문제가 이슈였다. 당 지도부는 인사가 늦어지는 데 대한 당내 불만을 청와대에 전하며 조속한 인사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 인사 중 한 명이 편지봉투 한 장을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이 여러 참석자들에 의해 목격됐다. 당연히 이 봉투에 담긴 문서에 대해 관심이 증폭됐다. 자신의 측근을 특정 자리로 보내기 위한 청탁의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적인 내용이라 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모처럼 이뤄진 당·청 회동에서 편지봉투가 전달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면서 “인사 문제가 얼마나 다급한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고위 공무원 내정설=다음달 7일 임기가 만료되는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후임 자리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번 주 중 사장공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 공무원이 이미 내정됐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 ‘모피아’가 있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보기술(IT) 공기업인 코스콤 사장에도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공무원과 전직 국회의원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콤 노조는 지난 11일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관료 출신이 아닌 신임 사장을 선임하라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를 놓고도 고위 공무원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인사검증동의서 놓고 위화감=정부 고위직 자리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혼외자 의혹을 받아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검찰총장의 자리가 워낙 막강하다 보니 실세들끼리 자신과 친한 인사를 앉히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서 변조 의혹으로 낙마한 박종길 문화부 2차관의 빈 자리도 많은 후보들이 노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언론인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정부에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했느냐 여부를 놓고 박근혜정부 개국 공신들 사이에 위화감도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검증동의서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고위직 후보가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캠프에서 같이 고생했는데 누구는 검증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하고, 나한테는 아무 연락이 없다”면서 “검증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