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외압’ 발언 파장] 국감서 진흙탕 싸움… 檢 곪았던 치부 드러내
입력 2013-10-21 18:08 수정 2013-10-22 00:10
검찰 창설 이래 65년을 이어온 ‘검사동일체 원칙’이 21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부정됐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독단적 ‘공소장 변경 요청’을 놓고 수사팀장은 법무부·검찰 지휘부에 대한 불신을 공개 표출했고, 지휘부는 수사팀 수사의 흠결을 지적했다. ‘상명하복’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검찰 조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장은 공개 설전(舌戰)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안으로 곪아가던 검찰 조직 내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평가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14층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수사 의사결정 및 외압 의혹 사실관계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다. 시작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 사전 보고와 승인 여부였다.
윤 지청장은 첫 질의자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 질문에서부터 “(조 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단호히 말했다. ‘작심’한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에게 보고한 경위를 상세히 밝혔다. 조 지검장은 국감 질의 초반에는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윤 지청장의 폭로 이후 “정식 보고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작은 하자나 흠결이 아니다”고 정면 대응했다.
윤 지청장과 지휘부는 지휘·결재라인 문제에서도 맞붙었다.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이 영장 청구를 승인하지 않았다. 정당한 지시가 아니라고 판단해 전결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조 지검장은 “수사하지 말라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수사의 최고 책임자는 서울중앙지검장”이라고 답했다. 윤 지청장이 “영장 청구 전결은 차장급 검사 사안”이라고 말하자 조 지검장은 “차장급이 아니라 차장”이라고 응대했다. 윤 지청장은 “이진한 서울지검 2차장검사가 지휘 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차장검사는 즉각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 총괄 및 공보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수사 외압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윤 지청장은 수사 초기부터 지속적인 외압을 느꼈다며 “조 지검장이 (수사 승인 등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은 “(정권) 눈치보기가 아니라 정확한 프로세스를 갖기 위한 것이었다”고 받아쳤다.
윤 지청장은 급기야 조 지검장을 향해 “수사를 지휘하고 책임을 져야 할 분이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수사 자체를 불법인 것처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은 절차를 문제 삼으며 윤 지청장을 비판했다. 정갑윤 의원은 “조폭이나 시정잡배보다 못하다”고 했고, 김회선 의원은 “검사가 검찰청법도 안 따르고 지휘감독체계도 안 따르면 누가 검찰을 믿겠느냐”고 따졌다. 조 지검장은 여당 의원들의 질책에 눈물을 훔쳤다. 시종일관 긴장된 듯 땀을 닦았다. 윤 지청장과 이 차장검사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윤 지청장의 발언이 나오자 검사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 수도권 검찰 간부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조 지검장과 공안라인 지휘부는 대응 답변을 마련하느라 온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