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정 협상 착수… 메르켈 ‘포용 리더십’ 통할까
입력 2013-10-21 18:05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포용 리더십’이 이번에도 통할까.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 여당 연합과 제1 야당 사회민주당(SPD)의 대연정 구성 협상이 본격 시작된다.
사민당은 2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당간부 대회를 통해 대연정 협상에 앞서 당 지도부의 협상 권고안을 승인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사민당 당수는 “크리스마스 때까지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독일 정계 안팎에서는 이번 협상이 이르면 23일 시작돼 1개월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사민당 의원은 2005∼2009년 기민당과의 대연정 이후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다시 메르켈 총리와 연정을 구성하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4년 만에 다시 ‘독이 든 성배’가 될지 모르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여당은 압승을 거뒀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 및 녹색당과 탐색전 성격의 협상을 벌였으나 일단 녹색당과의 교섭은 결렬된 바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21일 이번 연정 구성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최저임금과 고소득자의 세금 인상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민당은 독일 전 지역과 전 업종에 대해 시간당 최저임금 8.5유로(약 1만2000원)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서독 지역의 경우 대부분 8.5유로가 적용되고 있지만 동독 지역의 최저 임금은 4유로를 밑돌고 있는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어느 정도 타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금 인상 문제는 다르다. 여당이 타협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당초 주장했던 49%에서 45%로 낮추는 등 타협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당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내각 구성 문제도 험로가 예상된다. BBC는 메르켈 총리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볼프강 쇼이블레가 맡고 있는 재무장관직을 사민당에 양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