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외압’ 발언 파장] 우려 커지는 여권… 朴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도 소집 안해
입력 2013-10-21 18:05 수정 2013-10-21 22:36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트위터를 통한 정치댓글 혐의가 추가로 제기된 데 이어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을 폭로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도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윤 지청장을 여주지청으로 복귀시킨 법무부의 판단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놨다. 유일호 대변인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 체포 및 공소장 변경 과정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보고과정을 생략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추가적인 정치 쟁점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트위터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난 대선의 정당성이 또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정책 대결을 외면한 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이른바 ‘대선 불복 프레임’을 다시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대선 무효’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대선 불복으로 보이는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최종적 노림수인 정권의 정당성 문제를 꺼내는 순간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겨우 잠재웠던 ‘검찰 길들이기’ 문제가 다시 살아나 간신히 정상화한 정기국회 전체를 휘감는 메가톤급 이슈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감지된다. 한 고위 당직자는 “‘채동욱 사태’에 이어 ‘윤석열 사태’로 검찰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윤 지청장 개인의 보고 누락과 항명으로 평가절하하는 데 포인트를 맞췄다. 법사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이런 검찰을 국민이 어떻게 믿고 지낼 수 있겠나. 조폭보다 못한 행태”라며 “이게 대한민국 검찰 조직이냐. 시정잡배보다 못한 일이다. 이건 항명이자 하극상”이라고 검찰을 질타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일절 내지 않고 숨죽인 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단 청와대로 쏠리는 시선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논란이 다시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부담스런 눈치다. 새로운 의혹이 터지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질수록 정권의 정통성을 사수해야 할 청와대 입장에서는 점점 큰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주재하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도 이날 소집하지 않았다. 동남아 순방 기간을 포함하면 3주째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지 않은 셈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국민을 향한 메시지를 던지고, 국정 전반을 일일이 챙겼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유동근 유성열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