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폭탄’ 지방정부 부채… 규모 파악 감감

입력 2013-10-21 18:05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라는 초대형 폭탄을 떠안고 있으면서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최대 5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지방정부 부채가 중국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지방정부가 은행이나 투자자들로부터 빌린 부채 규모가 15조 위안(약 2600조원)∼30조 위안(약 5200조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60% 수준이다. 하지만 추정치 범위가 너무 넓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하이퉁 인터내셔널 시큐리티즈 그룹의 후이판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무서운 것은 중국의 중앙정부조차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의 부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중국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은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히고 있다. 중국 국가심계서(감사원)는 2010년 말 기준 지방정부의 부채가 GDP의 26.9%에 해당하는 10조7000억 위안(약 1938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GDP의 18%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부채 규모는 더욱 늘어났다.

심계서는 부채 상환율이나 상환연장 기록 등은 공개하지 않아 각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기관마다 지방정부 부채 규모의 추정치도 다르다. 블룸버그통신은 15조∼16조 위안으로 추산했고, 샹화이청 전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20조 위안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막대한 부채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장즈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지난 2년 동안 연간 20%가량 급증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틀림없이 중국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중앙정부는 4조 위안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지방정부가 저금리로 돈을 빌려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대부분 공공시설에 투자하는 바람에 수익을 올리는 데 실패해 악성 부채로 남게 된 것이다.

중국 지도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부채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심계서는 지난 8월 1일부터 8만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지방부채 규모를 정밀조사하고 있다. WSJ는 “엄청난 규모로만 추정돼온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 수치를 몇 주 이내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음 달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지방재정 건전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자캉 소장은 최근 “지방정부의 수입 구조를 개혁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