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회장, 동양證 지분 반대매매로 쪽박 찼다는데…
입력 2013-10-21 18:00
지난 17∼18일 열린 금융당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사재를 다 내놓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과연 5만여명의 피해를 보전해 줄 만큼의 가치가 될지는 의문이 남는 사재 출연 선언이었다. 국회 정무위원들이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현 회장은 “주식을 반대매매 당했고, 집이 가압류됐다고 신문으로 봤다”며 “주식을 다 내놓을 생각이지만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이 과연 내놓을 돈이 있는지 논란이 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반대매매’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대매매란 고객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기일 내에 갚지 못하는 경우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매도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들은 통상 결제일의 다음날 아침 단일가 매매 때 시장가로 일괄 매도 주문을 낸다.
최근 현 회장 일가는 이 반대매매 때문에 동양증권 보유 지분을 거의 전부 잃었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로 동양증권의 주가가 급락하자 현 회장 일가가 제공했던 담보주식의 가치가 급하락한 탓이다. 채권자인 한국증권금융 등은 자금 회수를 위해 담보주식을 반대매매로 내놓았고,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주식 88만5608주와 자녀 정담(9만3549주), 승담(9만2818주), 경담(1만8349주), 행담(1만8349주)씨의 주식 등이 모두 장내 처분됐다. 16만7500여주에 달했던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 부회장의 주식은 단 3주가 남았다.
동양에 앞서 법정관리에 돌입한 다른 기업에서도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STX팬오션이 최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이유도 반대매매였다. STX팬오션의 최대주주인 ㈜STX가 농협 등에 담보로 잡혔던 주식이 갑자기 대규모로 처분된 것이다. STX의 STX팬오션 지분율은 지난달 25일만 해도 30.23%(6223만9966주)였지만 지난 18일 현재 3.55%(731만6000주)로 하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최근에도 반대매매는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위탁매매미수금 가운데 투자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반대매매된 금액은 213억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채무상태 등에 따라 반대매매의 요인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대규모 반대매매는 정보력이 느린 ‘개미’들이 언제나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금융권이 담보를 급처분하는 경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에 의한 것인지 순수 매도인지 확인할 길이 사실상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 공시를 수시로 확인, 재무제표상으로 깨끗한 종목을 선택하는 게 이유 없는 하한가를 피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