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외압’ 발언 파장] 尹 “초기부터 외압” 曺 “항명할 줄은…”
입력 2013-10-21 18:03 수정 2013-10-22 00:19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53)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지청장은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압수수색하겠다고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지만 승낙받지 못하자 ‘부당한 지시’로 판단, 바로 영장을 청구하는 등 독자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수사를 놓고 수사팀과 지휘부가 공개적으로 불신을 드러내며 정면충돌하면서 검찰 지휘체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윤 지청장은 21일 서울 서초동에서 진행된 서울고검 산하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무부 외압설을 제기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 문제로 법무부를 설득하는 데 2주가 걸렸고, 이 기간 수사팀은 아무것도 못했다”며 “(요구가) 정당하거나 합당하지 않고 도가 지나쳤다면 수사팀은 외압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수사 실무책임자 입에서 공식적으로 법무부 외압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윤 지청장은 “총장이 없으니 (수사 관련 사항을) 대검에 보고하면 바로 법무부에 보고가 되고 황 장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식으로 (검찰) 문화가 바뀌었다”며 “(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도) 선거법 적용과 마찬가지로 법무부가 신속히 허가해주지 않을 것이 자명해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외압의 구체적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윤 지청장은 국정원 직원들을 수사하면서 보고·결재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수사팀에서 공식 배제됐다.
그는 관련 영장을 청구하기 하루 전인 15일 밤 조 지검장 집에 보고서를 들고 직접 찾아가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지검장은 격노하며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걸 가지고 얼마나 이용하겠느냐. 하려면 내가 사표 낸 뒤에 하라’고 답했다”고 윤 지청장은 전했다. 윤 지청장은 이를 “위법한 지시”라고까지 표현했다.
윤 지청장은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 역시 조 지검장으로부터 4차례 승인을 얻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검찰 지휘부가 ‘사전 보고는 전혀 없었다’고 밝혀온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수사를 막은 적이 없으며, 윤 지청장이 지휘 라인을 무시하고 독단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윤 지청장은 저한테 기록을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논의도 안 한 채 몰래 영장까지 받아와서 집행했다”며 “보고라는 건 윗사람에게 통보만 하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은 다만 “저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윤 지청장이 연이어 직격탄을 날리고 여당 의원들마저 “검찰 꼴이 이게 뭐냐”고 질타하자 조 지검장은 “저는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지청장의 발언에 대해 ‘제2의 검란’, ‘기강 문란’ ‘항명’ 등 격한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