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건’ 공개 파장] 정부 “삼성 노사 전략문건 고소·고발땐 조사 불가피”

입력 2013-10-22 05:19


정부가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박근혜정부가 고용 및 투자를 늘리기 위해 대기업에 대해 강온 양면 작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방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삼성의 노조 파괴 의혹에 대한)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통상 고소·고발 접수 시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과 협의해 수사를 진행한다.



앞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삼성그룹의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했다. 또 정의당은 이날 국회에 ‘삼성불법국민제보센터’를 설치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 수립 및 시행에 대한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정식으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이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은 2011년 평가와 반성, 2012년 노사 환경과 전망, 2012년 노사 전략, 당부 말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당부 말씀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그룹 노사 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 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해야 한다”는 등 지침이 적혀 있다. 이 밖에 문제 인력 노조 설립 시 즉시 징계를 위한 비위 사실·채증 지속, 임원 및 관리자 평가 시 조직 관리 실적 20∼30% 반영,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 저지를 위한 대항마로 육성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지난 14일 공식 블로그에서 “2011년 말 고위 임원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서 작성된 것”이라며 “종업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조직분위기를 활성화하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일에는 S그룹이라는 표현과 파워포인트 배경화면이 삼성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의 조사 방침으로 삼성의 무노조 방침이 바뀔지 주목된다. 그간 노동계에서는 삼성 무노조 경영방침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 계열사의 노조 설립 시도는 198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1987년 경남 양산의 삼성전관(현 삼성SDI) 직원들이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이 주동자 42명을 모아놓고 ‘다시는 노조 설립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일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삼성조선(현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에스원 등에서 노조를 세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삼성에 노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 호텔신라, 삼성에스원 등의 계열사에 노조가 존재하지만 실제 노동자들이 결성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문서상으로 만든 노조다.



정부가 조사를 공언한 것은 범정부 차원의 경기 활성화 및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드라이브 성격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가 청와대와의 사전조율 없이 독단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조사 및 근로감독 등에 착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자하는 분들은 업어드려야 한다”며 기업에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세 차례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부는 기업의 투자가 경기회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정수 임세정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