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한류 중심 명동 르포] “짜장면 먹으러 왔어요” 명동맛집 中 관광객 북적
입력 2013-10-22 05:22 수정 2013-10-22 11:28
“맛있는 짜장면집이 어디예요?”
지난 15일 서울 명동에서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일일 안내원으로 나선 기자에게 중국인 관광객 샤오(38·여)씨가 한국식 짜장면집을 물어왔다. ‘중국 음식을 왜 서울에서 찾지?’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옆에 있던 다른 안내원이 급히 끼어들어 한 화교 식당을 알려줬다. 이 식당 사장은 “예전에는 중국인 관광객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2∼3년 새 크게 늘었다”며 “단체관광객이 몰리거나 손님이 너무 많으면 그냥 돌려보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대륙에 부는 ‘관광 한류’가 중국인들의 입맛까지 바꿔놓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문화를 접한 중국 젊은이들은 향이 진한 깻잎과 매운 김치 등에 거부감을 보여 온 중장년층과 달리 적극적으로 ‘한국의 맛’을 받아들이고 있다.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웨이(27)씨는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어르신들과 달라서 한국 음식에 익숙하다. 떡볶이처럼 고추장·고춧가루가 든 음식도 잘 먹는다”고 말했다. 젊은 자녀와 함께 여행 중인 창(60·여)씨는 “설렁탕 순댓국 삼계탕 냉면 등 한국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1년에 한두 번은 한국에 와서 먹고 간다”며 “주변엔 들깨가루나 깻잎, 김치 맛에 익숙해진 사람도 꽤 많다”고 했다.
한국 밥솥도 큰 인기다. 명동 가전제품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취(30·여)씨는 “한국산 밥솥으로 밥을 하면 윤기가 돌고 맛도 좋다는 소문이 나서 친구들이 다 하나씩 장만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 최모(40)씨는 “최근 중국 손님이 급격히 늘어 압력밥솥이 하루에 5개씩은 꼭 팔린다”며 “국경절처럼 중국 관광객이 몰릴 때는 평소보다 3∼4배 더 팔린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즈주요우커(自助游客)’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여행사나 가이드 도움 없이 스스로 맞춤형 관광에 나서는 자유여행족을 말한다. 지난 1일부터 저가 관광상품을 규제하는 중국 ‘여유법(旅游法)’이 시행돼 한국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으리란 우려가 크지만 즈주요우커의 확산으로 피해가 최소화되리라는 긍정적 전망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 국경절 연휴가 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17만6482명이 찾아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6% 증가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사용한 ‘은련카드’(중국은행연합회 카드) 결제액도 33.4% 늘어난 1899억원이었다.한국관광협회 관계자는 “여유법 개정 이후 단체관광객이 줄긴 했지만 개별관광객 방문은 오히려 늘고 있어 큰 변동은 없다”며 “관광업계도 즈주요우커를 겨냥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