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교인 120여명 작은 교회 무슬림 방해 딛고 예배당 봉헌
입력 2013-10-21 17:48 수정 2013-10-21 21:29
“자살 폭탄테러 등 잇단 박해로 고통받는 파키스탄 기독인들 힘내세요”
출석교인 120여명인 서울의 한 작은 교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잇따른 테러로 고통 받고 있는 파키스탄에 현지인을 위한 교회를 세웠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서울 신월동 신영교회(배성수 목사)는 지난 10일 파키스탄 라호르 인근 세크푸라 마을에 230㎡(70평) 규모의 교회를 세우고 봉헌예배를 드렸다. 교회 이름은 세크푸라신영교회로 정했지만, 현지인 목회자를 청빙해 현지인을 상대로 사역하고 있다.
신영교회는 창립 20주년 사역을 놓고 고민하던 지난해 10월, 현지의 한국인 사역자로부터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의 핍박 소식을 전해 들었다. 특히 믿음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신앙생활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현실이 배 목사와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교회는 그달 열린 당회에서 파키스탄 현지교회를 세우기로 결의하고, 미화 2만 달러의 특별헌금을 모았다.
돈이 마련됐지만 현지교회를 설립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난 2월 토지 실측 때는 지역 내 무슬림의 극심한 반대로 측량조차 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교회 부지가 마을 중심에 위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돈을 지불한 탓에 발만 구르고 있었던 신영교회 측은 다행히 마을 외곽의 땅을 대신 받았다. 원래 구입하기로 했던 땅보다 경제적 가치는 휠씬 떨어졌지만 이마저 감사했다. 무슬림 주민들의 방해로 3차례 공사가 중단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교회는 7개월 만에 봉헌예배를 드렸다.
파키스탄은 인구 1억9000만명 가운데 97%가 무슬림인 이슬람국가다. 기독교인은 약 300백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2일에는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의 ‘만민교회(All Saints Church)’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80여명이 숨지고, 140여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를 낸 사건이다.
세크푸라 신영교회가 세워진 라호르 지역도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한 폭탄테러로 큰 상처를 입었다. 교회 봉헌예배를 드린 10일에는 라호르의 한 시장에서 폭탄이 터져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 7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5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당했다. 기독교인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배 목사는 21일 “파키스탄에 교회 없이 신앙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지 사역자의 이야기에 감동했다”며 “테러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닐까 싶어 교회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