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 여성을 일깨운 기감 여선교회 116주년… 10월 22일 부터 여성주간 축제
입력 2013-10-21 17:47
1897년 12월 31일, 서울 정동감리교회에서 ‘여성을 교육하고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가 여성 교육이었지만, 토론회 발제자 중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인류의 타락은 하와에서 시작된 만큼 여성 교육은 타락만 조장할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을 지켜보던 한 여성은 “하와가 비록 죄를 지었으나 마리아가 아니었으면 예수께서 어찌 세상에 오셔서 죄를 대속하셨겠느냐”고 외쳤다.
남존여비 사상에 묶여있던 조선의 여성들은 차별 없는 사랑의 복음을 받아들이면서 인권 의식에도 눈을 떴다. 기독 여성들은 복음전파 뿐만 아니라 여성 인권 향상, 애국계몽 운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에 여성 크리스천들은 독립운동과 농촌 운동에 앞장섰다. 대표적 인물이 유관순 열사와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 최용신이다.
정동교회의 토론이 있었던 그해 10월 감리교 여성운동 단체 조이스회가 탄생하는 등 감리교 여성 교인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졌다. 1900년 이화학당에선 여성기독단체인 보호여회가 조직돼 구제 및 전도 활동에 나섰다. 3년 뒤 평양 남산현교회에서도 보호여회가 만들어졌다. 남북 감리회 여선교회 합동 총회는 1930년 처음 열렸다.
한국 초기 개신교 및 근대사에서 두드러진 여성 크리스천들의 역할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여선교회 전국연합회(회장 이규화 장로)는 22∼25일 창립 116주년 기념예배 및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기감 여선교회전국연합회의 모체가 바로 조이스회다.
이번 여선교회 주간의 주제는 ‘역사’다. 연합회 엄일천 총무는 21일 “여성 크리스천의 역할을 주방 봉사 등으로만 국한하는 선입견을 깨고, 건강한 교회 만들기 운동을 펼쳐나가자는 의미에서 올해 처음으로 여성주간을 선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매년 10월 중 여성주간을 정해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22일 오전 서울 한남동 기감 여선교회관 3층 강당에서 열리는 기념예배에선 우드노트 국악선교단의 특별공연이 열린다. 회관 7층에서 여성, 예배, 교회 공동체 등을 주제로 한 크리스천 여성 작가들의 사진, 칠보공예품, 도자기 등의 작품전시회도 마련된다.
23일과 24일에는 한국 감리교 초기 역사에 나타난 여성 크리스천들의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서울 정동 일대를 기독역사학자와 함께 돌아보는 역사탐방도 한다. 여선교회 역사를 담은 책 ‘열정의 100년, 감동의 100년’ 출판기념회는 25일 열린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