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 있는 묵상’ 전 5권 완간한 김동건 교수
입력 2013-10-21 17:38 수정 2013-10-21 21:33
“한국교회, 평신도 신학운동 일어나야”
그의 한결같은 관심사는 ‘평신도’와 ‘신학운동’이었다.
매주 한 차례 국민일보에 ‘평신도를 위한 알기 쉬운 신학강좌’를 10개월째 연재하고 있는 김동건(54·영남신학대) 교수는 한국교회에 평신도 중심의 신학운동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시대 교회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삶과 신앙이 동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그가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제시한 방안이 바로 평신도 신학운동이다. 최근 완간된 저서 ‘신학이 있는 묵상’(전 5권·대한기독교서회)’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신학을 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경북 경산 영남신학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본보에 연재 중인 ‘평신도 신학강좌’에 평신도뿐 아니라 목회자들의 관심이 큰 것 같다. 어떻게 해석하는가.
“‘신학이 없는’ 목회에 지친 목회자들이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심방과 설교 등 목회활동의 기본 토대가 바로 신학인데, 너무 바쁜 탓에 목회자들의 신학적 바탕이 소진된 것이다. 한계에 맞닥뜨린 그들이 신학 강좌를 접하면서 신학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 같다.”
-평신도 신학에 앞서 ‘신학’이라는 학문은 왜 필요한가.
“신학은 삶과 신앙을 잇는 연결고리다. 그런데 지금의 크리스천들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내 신앙과 삶이 따로따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 가서 신앙적으로 살겠다고 ‘아멘’을 외치고 교회 문밖을 나서지만 세상적인 기준과 가치관으로 살기 바쁜 게 현실이다. 아무리 신앙적 결단을 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삶과 신앙이 이원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간극을 메우는 데 필요한 것이 신학이다.”
-특별히 평신도 신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목회자로서는 교회의 영역에 가장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신도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즉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삶의 현장에서 신앙생활을 접목해가는 삶의 방식과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나타낼 수 있는 핵심 주체가 평신도다. 이들을 위한 신학이 필요하다.”
-작금의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평신도 신학 수준을 진단한다면.
“한국교회는 그동안 신앙적 열정을 강조해 왔다. 이런 특성은 평신도를 수동적으로, 때로는 맹목적으로 만든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삶과 신앙을 연결시키는 훈련이 부족한 상태다. 아울러 목회자들이 평신도가 신학에 관심을 갖거나 공부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평신도가 신학을 멀리하게 만든 것 같다. 한국교회에서 흔히 이뤄지고 있는 평신도 훈련이나 제자양육 같은 평신도 프로그램들도 ‘자기 교회’의 일꾼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평소 한국교회의 위기를 평신도 신학의 부재로 설명해 왔다.
“한국교회 강단에서 이뤄지는 많은 설교가 ‘믿어라’로 끝나는 결신을 강조한다. 교인들은 믿겠다고 굳게 결심하지만 실제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삶의 주요 현장에서 어떻게 신앙인으로 살아야 하는지 설명이 없다. 즉 설교에 신앙의 열정만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삶과 신앙의 괴리가 좁아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설교와 성경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삶 속의 구체적인 행위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작업이 바로 신학의 역할이고 한국교회 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과제다.”
-한국교회의 평신도 신학운동을 펼치기 위한 구상은.
“일회적 이벤트나 몇 차례의 세미나, 또는 콘퍼런스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작업이다.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이 운동에 목회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동참하는, ‘평신도&목회자’ 운동으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삶과 신앙의 분리를 극복하는 작업이 끈기 있게 지속돼야 한다. 평신도들의 기본적인 신학 교육과 더불어 평신도 신학을 확대해 나갈 협력자 양성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에 100만명 정도의 평신도 신학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구체적인 활동 방안을 설명할 수 있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평신도들의 삶 속에 나타나는 신앙적 의미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신앙과 직업, 신앙과 자녀교육, 신앙과 취미생활 등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신앙인들 사이에 나눔과 공유가 필요하다. 신학서적 읽기를 통해 신학적 소양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교단 총회·노회 차원에서는 별도 역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총회에서는 성경과 다양한 학문 사이의 간격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 작업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앙과 삶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작업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될 때 기독교 문화와 역사가 촘촘히 형성될 것이다.”
김 교수는 인터뷰 도중 10여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 얘기를 잠깐 꺼냈다. 영남신학대 교수와 대구 동산의료원 원목 등으로 섬겼던 부친 김치영(1925∼2000) 목사는 묘비에 ‘목사’라는 칭호도 넣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 죄인으로 살다 가기 때문”이라면서.
김 교수가 자신의 일이 자칫 인간적인 욕심을 추구하는 건 아닌지 늘 경계하는 것도 부친의 영향이다. “남은 시간 동안 신학운동에 모든 힘을 소진하고 싶다”는 그의 얘기에 힘이 실렸다.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김 교수가 강조하는 신학운동과 평신도 얘기에 5년차 서리집사인 기자의 어깨가 슬며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경산=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