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근 목사의 시편] 정의를 부도내지 말자
입력 2013-10-21 17:29
오바마 정부가 부도날 뻔했다. 미 의회는 지난 16일 의회의 합의에 따라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1시간30분 앞둔 오후 10시30분께 셧다운을 끝냈다. 이로써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미국의 국가 부도 위기는 일단 모면했고 40만명의 공무원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 문을 닫았던 연방 정부 기관들은 지난 17일부터 다시 문을 열고 정상업무에 들어갔다. 2주가 넘는 셧다운의 피해액이 약 25조7000억원에 달한다. 세상은 신용사회다. 특히 미국은 신용을 아주 중시하는 사회여서 크레디트가 없으면 아파트도, 자동차도, 심지어는 전화도 놓을 수 없다. 그런데 오래전 뉴스를 보니 신용에 신용을 가져야 할 미 연방 하원의원들이 작게는 수십장에서 많게는 700여장까지 개인수표를 습관적으로 부도내어 은행들을 골탕을 먹였다니 미국의 양심도 이제는 부도나기 시작하였는가 보다.
금융가의 부도, 정치인의 부도 등 여기저기 부도로 인하여 국민들이 불안해지고 있다. 이것은 돈의 부도가 아니라 양심의 부도인 것이다. 일찍이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은 1963년 8월 28일 워싱턴DC 링컨 메모리얼 기념관 앞에서 열린 흑인 노예해방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 중에서 “나는 나의 네 자녀가 언젠가는 피부 색깔에 의해 차별받는 그런 세상이 아닌 성숙한 성품에 따라 대우받는, 그런 세상에서 살 것을 꿈꾸고 있다”고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했다.
또한 킹 목사는 자유를 위해 같이 투쟁하고 같이 기도하고 같이 고통을 나누고 같이 감옥에 가면 어느 날인가 우리는 자유를 쟁취하게 될 것이며 그 자유의 종소리가 이 마을과 저 도시에 울려 퍼질 때 흑인과 백인이, 유대인과 이방인이, 개신교와 천주교인이 손에 손을 잡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드디어 자유를(Free at last)”이라는 영가를 부를 것이라는 간절한 꿈을 갖고 투쟁했는데 막상 헌법을 통해 자유를 얻고 보니 그것은 부도난 수표였다고 했다. 법은 있는데 적용이 안 되고 외모는 있는데 알맹이가 없어 찾아 쓸 수 없는 부도난 수표만을 받았다고 통탄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에는 공약을 하고 당선된 후에는 그 공약을 부도내는 사례가 많다. 사업가 역시 국민의 유익을 위해서, 민생을 위해서 사업한다고 말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 말은 사라지고 개인 이익에 취하여 그 말을 부도낸다. 문제는 우리의 의지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도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원하는 바 선을 행하지 아니하고 원치 않는 악을 행하는 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다. 누가 나를 이 사망의 몸에서 건져내랴.’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담의 후손이다. 우리 속에는 탐심과 거짓과 시기와 질투가 자리 잡고 그리고 밖으로는 정의와 공의와 진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본질적으로 죄의 속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좀 더 주님을 가까이하고 성령으로 거듭날 때 이 세상을 밝게 할 수 있는 정의의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