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날] “환자들 건강·금주동호회 가입하는 것이 좋아”

입력 2013-10-21 17:11


강원지회 백순구 회장

“강원도는 지역적 특성상 알코올성 간질환의 빈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등 과다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간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제 개발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백순구(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간학회 강원지회 회장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원주를 찾았다. 백 회장은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농업인구가 많아 고된 농사일로 술을 마시는 인구비율이 높다”며 “유독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많은데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간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폭이 형성돼 있지 않고 환자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과다한 음주가 주요 원인인 간질환은 단순히 술만 끊어도 어려운 수술 없이 간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고마운(?) 질환이다. 그럼에도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려운 생활환경 때문에 지방간이 간염으로,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 회장은 “간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음주다. 장기간 계속된 과도한 음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쌓이면 이것이 알코올성 지방간이 된다. 이 상태에서도 음주를 계속한다면 지방간에 염증이 발생해 발열과 황달, 복통을 일으키는 간염이 된다. 심한 경우 간이 딱딱하게 굳고 그 기능을 소실하게 되는 간경변증으로 발전한다. 간경변증은 복수나 정맥류 출혈, 혼수와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해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을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넓은 면적에 인구가 산재돼 있으며 교통·통신 등이 불편하다. 이로 인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주치의와 상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의사를 찾지 않는 것이 환자들의 심리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소리 없이 병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에 대해 백 회장은 환자들에게 건강동호회나 금주동호회에 가입할 것을 적극 권유했다. 백 회장은 “단순히 동호회 참석만으로도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형성되고 금주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며 “만성 환자들은 오랫동안 그 병과 싸워야 하므로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의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백 회장의 말처럼 친목도모의 명분만으로도 참석하는 간 질환 관련 건강동호회는 병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방공호가 될 수 있다.

만성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는 간질환을 나을 수 없는 병,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불치병’으로 인식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백 회장은 간질환을 ‘평생관리’하는 질환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관리만 잘하면 만성간경화 환자들이 기대수명을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백 회장은 “만성간질환도 고혈압과 당뇨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고혈압 환자들이 혈압약을 매일 챙겨 먹듯이 만성간질환 환자도 약 먹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백 회장은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70∼80%는 B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시킬 수 있다”며 “일단 간경변증으로 진단받으면 환자들이 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갖기 마련인데 현재 계속해서 좋은 효능을 가진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보급되고 있어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병의 진행을 막고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0년에 창립한 강원지회는 해마다 간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시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백 회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은 매일 약을 먹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은 반면 만성간질환 환자들은 약 먹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혹시라도 독성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 약을 주기적으로 먹지 않고 병원을 오지 않는데 이런 행동이 약의 내성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강원지회는 10년 동안 꾸준히 알코올성 간질환에 대한 코호트 연구에 힘쓰고 있다. 코호트 연구는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의 질병발생률을 비교해 요인과 질병 발생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이다. 간질환에 대한 코호트 연구에 중점을 두는 이유에 대해 백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간질환에 대한 역학 연구 결과가 많지 않은 상태”라며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역학 연구는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백 회장은 “역학 연구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비되지만 강원도가 코호트 연구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인 만큼 앞으로 꾸준한 다기관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근간이 되는 연구 자료를 구축하는 데 기여를 하는 싶은 것이 지회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강원지회는

강원도 소재의 4개의 대학인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울산의대 강릉아산병원이 참여한다. 4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의 간질환 분야 교수 10여명이 모여 지난 2000년 지회를 설립했다. 매년 3회의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나 대한간학회가 진행하는 연구과제에 공동 참여하며 알코올성 간질환의 코호트 구축과 급성 알코올성 간염 치료제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원주=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