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날] “과다한 약물 복용은 간 건강 최대의 적”

입력 2013-10-21 17:10


전북지회 김대곤 회장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문화의 발전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굳이 우리 몸에 필요 없는 것까지 넘쳐나게 해 질병의 요인으로 만들었습니다. 과음과 과식, 약물 과다 복용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마도 간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모두 이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김대곤(전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간학회 전북지회 회장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풍족한 생활은 각종 질병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풍족한 생활 때문에 간이 쉴 틈이 없다”며 “문화의 남용으로 인한 간 손상이 심각하다. 검증되지 않은 음식과 민간요법 등은 간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일반 의사와 달리 현실을 직시하는 김 회장의 이 같은 생각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잘못된 식습관과 음주 문화, 이런 것들도 풍족하니까 매일 즐기게 되는 겁니다. 한마디로 남용되는 것이지요. 이로 인해 질병이 생기면 이 때부터는 몸에 뭐가 좋다 뭐가 좋다 해서 또 과하게 많이 복용을 합니다. 특히 요즘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웃지 못할 일도 많습니다. 가령 간암에 걸린 사람이 A약초를 달여 복용했더니 3년 만에 말끔히 나았다더라, 또 B식품이 간 건강에 좋다더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얘기들이 과연 검증된 것일까요? 문화의 남용이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낳게 한 것이지요.”

그래서 김 회장은 단언컨대 “민간요법은 간에 치명적이다. 여러 가지 민간요법이라든지 근거 없는 치료방법, 약제, 건강식품들은 간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간에 좋은 음식과 약은 과연 어떤 것일까.

김 회장은 “약을 먹고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실제로 간에 좋은 식품은 채소 과일 등이다. 그런 것들이 간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근거 없는 민간요법을 따랐는데 거기서 약이라고 추천한 것들은 대부분 간에 안 좋다. 그런 약은 안 먹는 게 오히려 간에 도움이 된다.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매년 10월 간건강 캠페인 진행= 하지만 간질환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는 게 현실. 종합편성채널이 약초의 효능과 식품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알리면서 더 극성이다. 이 같은 오해를 막기 위해 김 회장이 맡고 있는 전북지회는 매년 10월을 전후로 환자, 보호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 건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의사들 대상으로는 봄·가을로 연수교육도 실시한다. 교육에서는 간염 치료제를 소개하는 한편 환자에게 약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주로 설명한다. 지난 5월에는 B형 간염의 여러 가지 합병증, 간경화 등에 대해 연수교육을 실시했고, 외부 연자와 내부 연자를 활용해서 강연을 실시했다. 지역민을 위한 간의 날 행사에서는 간질환에 대한 빈도와 원인들에 대한 예방책을 주로 소개하며 잘못된 음주문화와 알코올성 간질환, 대사성질환 성인병 등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최근에 열린 간의 날 공개강좌에서는 만성B형간염의 진단 및 치료, 알코올성 간질환에 진단 및 치료, 간세포암의 선별 검사 및 치료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간의 날 강연에 시민 참여도 꽤 높은 편이다. 김 회장은 “문화의 발전으로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질문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간질환 증상= 시민들이 주로 하는 질문은 간이 나빠지는 것을 알 수 있는 증상과 간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일반적인 생활수칙 등이다.

이 같은 시민들의 질문에 김 회장은 “간은 손상될 것을 대비해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고,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반 이상 기증이 저하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웬만큼 나빠지기 전에는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며 “그래서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때문에 간만큼은 건강하다고 자부해선 안 된다. 불필요한 약의 섭취를 줄이고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간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피로, 전신쇠약, 식욕감퇴, 메스꺼움, 구토,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오른쪽 윗배에 둔탁한 통증 등이 있지만 사실 이러한 증상은 간질환에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증상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간질환이 진행되거나 손상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복수가 발생해 생기는 복부팽만 및 부종, 토혈, 눈동자가 노래지고 소변색이 갈색으로 짙어지는 황달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북지역은 서해안 쪽이다 보니 A형 간염이 많은 편이다. 위생문제와 결부되는 해산물 등을 날로 먹을 때 A형 간염이 발생하는데 지금은 1년 내내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젊은 세대는 예방접종을 했지만 50∼60대의 경우 예방이 안 돼 있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으로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전북지역 의사들과 시민들에 대해서는 “간질환은 풍요 속의 궁핍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음식문화가 좋아지다 보니 병이 더 생기고 있다. 약물이나 음식에 의지하지 말고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신경을 써서 건강한 삶을 살자”고 말했다.

전북지회는

2002년 4월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안득수 교수가 전북지역 간학회 창립을 제안했다. 이후 2002년 4월 25일에 전주시 리베라호텔에서 이용웅 김학철 김대곤 이수택 이승옥 이성중 선생 등이 간학회 창립 발기인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전북지역 간학회의 명칭을 대한간학회 전북지회로 하고 초대 회장에 안득수 교수를 추대하기로 만장일치 결의했다. 지난 2012년부터 전북대학교병원 김대곤 교수가 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간·담도에 대해 깊이 있고 체계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매년 학술대회와 집담회 및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국내외 관련 학술단체와의 연락 및 제휴도 수시로 맺고 있다. 또 매년 10월에는 간의 달 캠페인을 통해 대국민 교육과 간질환에 대한 홍보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전주=조규봉 쿠키뉴스 기자 ckb@kukimde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