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날] “민간요법 의지하다 악화된 경우 보면 마음 아파”

입력 2013-10-21 17:11


경인지회 양진모 회장

“간질환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입니다. 오랫동안 병을 앓다 보니 병에 익숙해진 환자는 의학적인 방법이 아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지해 병을 다스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의사와 상의 없이 잘못된 민간요법에 의존할 경우 경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양진모(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 대한간학회 경인지회 회장은 간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 환자들은 다른 질환군의 환자들보다 ‘순수’하다고 말했다. ‘순수한 환자’란 무슨 의미일까. 이에 대해 양 회장은 “간질환 환자들은 순수해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도리어 증세가 악화되고 치료의 적기를 놓쳐 호전될 가능성마저 잃어버린 환자를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환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헛개나무가 간에 좋은 음식인 것은 맞지만 알코올성 간질환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착각을 하고 몸이 허락하는 허용치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많이 먹으려는 환자들이 있다”며 “과용과 과식은 언제나 해악을 부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만성간질환은 질병의 특성상 오랜 시간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챙겨 먹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양 회장은 “환자들은 ‘겨우 약 한 알인데 이것이 내 병을 고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약 먹는 것을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에게 처방한 약의 양과 실제로 환자들이 약국에서 받아간 약의 양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을 하지 않습니까? 처방을 받은 환자는 약국에 가서 약을 받게 되는데 실제로 약국에서 약을 타간 환자의 수가 70%밖에 되지 않습니다. 증세가 심각하지 않으면 약을 먹지 않는 것이죠. 매일 먹어야 할 약을 이틀에 한 번 먹기도 하고 의사의 조언 없이 환자 임의로 약을 끊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어떤 사람도 만성질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약 먹는 것을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양 회장은 “아침에 일어나자마 냉수 마시는데 이때 알약과 함께 마시고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잊어라. 그렇다면 약을 챙겨 먹는 것이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약의 독성에 의해 발생하는 간 손상에 대해 양 교수는 “양약에 의해 간 손상이 일어나는 빈도는 상당히 적다”며 “몇 개월 이상 꾸준히 먹었는데 문제가 없다면 그 약의 성분과 농도는 환자에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이 이끄는 경인지회는 개원의들에게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 회장은 “임상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개원의들을 위해 개원의 연수강좌를 매년 진행한다”며 “간질환의 경우 새로운 약제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임상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간질환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신지견의 습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인지회 회장으로 임명되기 전 대한간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했던 양 회장은 “당시 추진한 캠페인 가운데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무료건강검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지금 지회에서도 추진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전했다. “외국인근로자들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못 받다 보니 한국에 와서 일만 열심히 하다가 건강은 나빠진 채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환자들을 위한 건강강좌는 많지만 외국인들을 위한 건강관련 행사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마침 ‘간의 날’ 행사를 기획하던 중 외국인 건강검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행사는 기대 이상으로 대성공이었다. 5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찾아와 검진을 받고 결과에 따른 치료를 받았다. 양 회장은 “간의 날 행사로 캠페인, 라디오방송이나 건강강좌 등 다양한 것을 해보았지만 외국인근로자 건강검진만큼 큰 효과를 거둔 것도 없다고 여긴다. 우리 지회에서 지속적으로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무료 건강검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앞으로 양질의 논문을 제출한 전공의에게 부여할 ‘전공의 논문상’을 만들 계획이다. 양 회장은 “논문은 쓰는 것이 중요한데 환자 진료와 치료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 보니 연구와 논문발표가 차순위로 밀릴 수 있다”며 “하지만 전공의 때부터 논문은 쓰는 것이 개인의 발전이나 의료계 발전에 큰 원동력이므로 ‘전공의 논문상’을 만들어 연구의욕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인지회는

2006년부터 인천 및 경기 서부·남부·북부 지역의 대한간학회 회원들이 모여 집담회를 갖던 중 그해 3월 경기·인천 지역으로 통합해 지회를 결성했다. 초대 회장에 가톨릭 의대 이영석 교수, 총무이사에 가천의대 김주현 교수, 학술이사에 김연수 교수가 임명됐다. 경인지회의 창립목적은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간담도학의 학문적 연구 발전과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 외국 학술단체 및 국내 학술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데 있다.

수원=김단비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