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날] “간 건강 비결은 정기검진과 정확한 치료제 정보”
입력 2013-10-21 17:00
최문석 대한간학회 홍보이사
“간 건강, 답은 쉬운 데 있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병이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
대한간학회는 지난 14년 동안 ‘간의 날’ 등 학회 캠페인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간 질환 이해도를 높이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반인의 간질환에 대한 인식과 예방접종, 검진 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문석(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올해 학회에서 발표한 간질환 인식도 조사 결과와 관련해 “일반인 3000명이 대상자로 참여한 대규모 조사는 처음이다. 질환과 치료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지에 따라 치료 완치율이 크게 달라지는데 치료제가 좋아져도 환자들이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학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다양한 활동으로 간질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됐다. 우리나라 간질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B형 간염인데 백신접종을 통해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 간암 진행의 위험 인자가 크게 감소했다. 대표적으로 백신이 보편화되기 이전 세대인 40∼50대의 B형 간염 유병률은 약 8%이지만 성인 전체 평균 유병률은 3%, 초등학생까지 내려가면 0.5%로 유병률이 크게 감소했다. 간의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간단하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병이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특히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간염 완치율이 70%라고 하는데 이는 검진을 통해 환자가 발견되고, 환자가 치료할 의지가 있을 때의 수치일 뿐 C형 간염처럼 질환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 적을 경우 실제 감염된 환자 중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완치율은 7%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이번 조사 결과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우선 자신이 간염 환자인지 모르고, 검사를 했어도 감염 여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즉 응답자의 45.5%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모르고 있었으며, C형 간염 검사를 한 응답자는 10%에 그쳤다. 두 번째 문제는 70%가 넘는 응답자가 술이 간암의 주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학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간염 인지도가 여전히 낮은 데 대해 최 이사는 “고정관념이 무서운 것이다. 예전에는 군대에서 식기를 따로 쓰라고 하고, 회사에 들어갈 때도 차별을 받았다. 이런 과거의 잘못된 정보가 어르신들 사고에 입력되어 바꾸기 어렵다. 젊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 더 열심히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간질환과 그 치료제에 대해 정확히 알리는 활동이 절실한 만큼 학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염을 술과 연관 짓는 인식도 여전하다고 했다. 조사 결과 73.5%가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술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5명 중 1명은 술 담배만 조심하면 간암은 염려할 필요 없다고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 또 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젊은 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바이러스성 간염이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가시적인 효과들이 나타난다. 몇 년 전 학회에서 B형 간염 관련 TV 광고를 진행했을 때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B형 간염 백신접종이 1995년에 시작되었는데 20년도 채 되지 않아 초등학생 유병률이 0.5%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이다.”
최 이사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면서 “B형 간염 환자들이 사회적인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 환자분들 중에 취직이나 결혼을 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수직감염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그렇고, 집안에서 차별을 당해 위축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일부 회사에서는 아직도 B형 간염이 있으면 입사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고, 환자 본인도 약 복용을 통해 잘 조절하고 있으면서도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진료 현장에서 여전히 편견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이제는 치료방법이 있고 꾸준한 치료제 복용을 통해 조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간경화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경과도 좋아졌는데 아직까지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이 제일 아쉽다. 젊은 친구들이 더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차별 받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치료 성향과 관련해 “B형 간염에서는 치료제 내성 이슈가 있어서인지 좋은 약은 아껴둬야 한다고 잘못 인식하는 환자들이 가끔 있는데 설득하면 잘 알아들으신다. 초창기 낮은 수준의 치료제를 쓰면 다음 약제 선택이 나빠진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최근 나온 약들은 내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약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치료제 중 제일 좋은 것을 먼저 쓰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최 이사는 간질환 인식개선을 위해 간의 날 기념식에서 발표한 ‘건강한 간을 위한 다섯 가지 약속’이 널리 전파되기를 희망했다. 다섯 가지 약속은 △간염 검사와 예방접종하기 △술과 불필요한 약 삼가기 △음식은 골고루, 현명하게 먹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최소 30분은 운동하기 △간질환 환자는 적어도 6개월마다 검진하기 등이다. 10월 한 달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간질환 공개강좌에서 이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환자들이 진료 받는 현장에도 홍보할 계획이다.
한편 최 이사는 간질환 인식도 제고를 위해 정부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최근 학회 활동을 위한 지원이 줄었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회나 의사를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이나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 계층을 위한 선의의 사업에는 더 많은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막고 있어 좋은 활동들이 위축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 보험과 관련해서도 “재정이라는 부분도 있어 통제를 안 할 수는 없지만 간염에 대한 통제가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환자들마다 치료방법이 다른데 의사들의 약 선택권과 처방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