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날] 김창민 대한간학회 이사장 “국민들 간 건강 수호 14년 실천 예방책 제시”
입력 2013-10-21 16:54
“지난 14년간 대한간학회가 국민들의 간 건강을 위해 간질환 치료와 예방, 관리를 위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차량 엔진오일 교체 주기를 알고 있지만, 자신이 간질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모르는 국민들이 절반에 달합니다.” 10월 20일 ‘간의 날’을 맞아 국민들에게 올바른 간 건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김창민(국립암센터 간암센터 박사)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지난 14년 동안 간학회가 노력해 온 성과를 이어 올해도 국민들과 함께 간 건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간의 날’은 어떤 행사= 대한간학회 주최로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개최돼 온 ‘간의 날’ 행사는 간 건강을 위한 올바른 진료와 치료·관리·예방 정보를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진료실 밖에서도 국민과 의료진이 함께하며 간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06년 1000여명이 조금 안 됐던 행사 참여인원이 2011년 4배가량 늘어나는 등 간의 날 행사를 통해 간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간학회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지난 14년의 성과를 모아 간 건강을 위한 국민들의 실천력을 높일 수 있도록 ‘건강한 간을 위한 5가지 약속’을 주제로 내세웠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간질환 치료와 간 건강관리를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을 정한 것으로, 최근 간질환의 치료·관리 패턴이 변화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 이사장은 “기존 간질환 치료와 예방이 바이러스성 질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알코올성, 비알코올성 간질환의 중요성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간의 날 행사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간 건강 실천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학회가 제시하는 ‘건강한 간을 위한 5가지 약속’은 △간염 검사와 예방접종 하기 △술과 불필요한 약 삼가기 △음식은 골고루 현명하게 먹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최소 30분은 운동하기 △간질환 환자는 적어도 6개월마다 검진하기 등이다. 김 이사장은 “‘간염 검사 꼭 받기’의 경우 만성 B형 간염이 치료제 효능 개선으로 이제는 관리 가능한 만성 질환이 됐으므로 환자가 미리 B형 간염 감염 여부를 검진 받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만 꾸준히 잘 복용해도 간염이 간암으로 진행되기 이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활성화 통해 국민 간 건강 수호 나서= “간질환 인식 개선과 함께 꾸준한 연구를 통해 보다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대한간학회는 진료 일선에서 국민들의 간 건강 수호를 위해 다양한 임상연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2011년 B형 간염 진료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올해 비알코올성·알코올성 간질환 진료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이달 말에는 정부 부처와 학회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쳐 오는 12월 C형 간염 진료가이드라인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러한 진료가이드라인 제정은 진료 현장의 전문의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간질환 관련 학문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개별 환자의 상황별로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치료 옵션을 담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학회 입장에서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진료가이드라인을 맹목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 급여기준을 판단할 때 진료 가이드라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문제”라며 “심평원이 간학회의 진료 가이드라인을 신뢰하는 것이 고마운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임상 현장에서 개별 전문의가 환자를 직접 진찰해 내린 판단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간학회는 연구자들의 기초·임상연구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간학회 연구지원의 경우 연구비 지원사업과 임상연구지원 프로그램 2가지가 핵심이다. 연구지원 사업의 경우 지난해 금액이 1억원이었고, 올해는 1억5000만원으로 규모가 늘었다. 그만큼 보다 많은 연구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된 ‘임상연구지원 프로그램’은 인프라 구축이 잘된 대형 종합병원 임상연구센터와 연결시켜 주는 것으로, 개인 역량이 우수한 젊은 연구자 발굴을 목표로 한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성과로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간질환 연구 수준을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간학회의 학회지에 게재되는 한국 논문수가 1년에 2건 정도였으나, 지금은 10건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간학회 목표= 국민과 함께 간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간학회의 지난 수년간의 성과를 한데 모은 ‘간질환 백서’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출간될 예정이다. 간질환 백서는 간질환 치료와 예방·관리, 간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수록된 것으로 대한민국 간 질환 치료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져 있다. 김 이사장은 “이 백서에는 개별 진료가이드라인에는 다룰 수 없는 국내 간질환 치료의 거시적인 흐름을 담을 예정이다. 국내의 간질환 치료 역사는 물론 현재의 문제점을 짚어, 어떠한 부분에서 지원이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무엇을 알려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수록된다”고 힘줘 말했다.
국민들의 간 건강 수호를 위해 정부도 B형, C형 간염 환자에 대한 정확한 유병인구 통계를 산출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김 이사장은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 1년간 간암과 간경화로 사망하는 인구가 각각 1만1000여명, 7000여명에 달하지만, 정확한 유병인구 통계가 없어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구별하고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료가이드라인과 일치하지 않는 건강보험급여 인정기준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김 이사장은 “B형 간염 환자라도 개인별로 맞춤치료가 필요한데 현재의 급여 인정기준은 너무 제한적”이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힘들다. 최선의 치료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에서 정부가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