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러브콜 받는 中 ‘펑정지에’ 제주도립현대미술관서 초대전

입력 2013-10-20 19:28


“한국 이름 봉정걸… 제주에 반해 작업실 마련”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 주자인 펑정지에(45)는 장샤오강, 정판쯔 등과 함께 세계 미술계에서 눈독을 들이는 인기작가다. 100호짜리 그림 한 점이 1억원을 호가하는 그의 작품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제주도 현경면 저지리 제주도립현대미술관에서 19일 그의 초대전이 개막됐다. 2년 전 여행차 방문한 제주에 매료돼 땅을 매입하고 작업실을 지은 펑정지에는 한국 이름이 ‘봉정걸’로 제주도민이기도 하다. 국내 작가 28명의 작업실이 들어선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의 ‘해외작가 1호’로 기록됐다.

이번 전시는 그의 스튜디오 건립 기념으로 기획됐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과 박철희 중국 베이징 문갤러리 대표가 커미셔너로 나서 ‘펑정지에의 유우색(游于色)-색으로 그린 팩션미학의 백미’라는 타이틀로 회화, 입체, 설치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베이징, 쓰촨, 싱가포르에 이어 제주에 네 번째 작업실을 마련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제주도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제주만의 오래된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느꼈어요. 방문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60여평 규모의 작업실 바로 옆에는 단색 추상회화의 대가 박서보 화백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펑정지에는 “작업실 주위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많이 계셔서 영광”이라며 “새 작업실은 앞으로 작품 구상이나 작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 7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는 하얀 얼굴에 두 눈동자가 사시처럼 쏠린 여인의 초상화와 ‘펑정지에 핑크’라고 불리는 강렬한 색채의 그림 등 그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당나라 한시를 배경으로 그린 신작도 처음 공개된다.

다소 어눌하면서도 투박한 원색에 볼수록 정감 넘치는 묘한 매력을 지닌 화풍은 우리나라의 민화를 떠올리게 한다. 초점이 맞지 않는 그림 속 여인의 사시 눈은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모순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최근 10여년간 작업의 여러 변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민병훈 감독이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라는 제목의 영화를 제작한다. ‘벌이 날다’ ‘터치’ 등 독립영화를 연출한 민 감독은 “특별한 대사 없이 펑정지에의 생각을 담아내는 작품으로 내년 10월쯤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