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혁상] 사이버스페이스
입력 2013-10-20 19:16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는 인공두뇌학을 뜻하는 ‘사이버’와 공간을 의미하는 ‘스페이스’의 합성어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1984년 자신의 첫 장편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이 용어를 처음 소개했다. 이 책은 기업 비밀을 빼내는 해커가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깁슨은 이 소설에서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 통신망을 연결해 형성하는 공간을 사이버스페이스라고 명명했다. 그는 용어만 만들어낸 게 아니다. 그동안 다른 작가들이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가상공간을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이후 SF 소설의 걸작으로 남았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생소했던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비약적 발전으로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현상을 지칭하는 확산적 개념도 담게 됐다.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은 인류에게 한층 여유와 편리함을 제공했다. 현대인들에게 시간과 공간적 제한을 획기적으로 줄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 공간은 대중에게 개방될수록 위험지수 역시 높아졌다. 해킹을 비롯한 사이버 범죄와 테러는 개인은 물론 정부기관, 기업체를 표적으로 이뤄진다. 사이버 테러로 인한 경제적 피해 역시 갈수록 급증했다. 결국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폭력과 범죄는 이제 국제사회가 맞서 싸워야 할 커다란 도전으로 등장한 게 현실이다.
국제사회가 이렇듯 사이버 범죄의 폐해를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국제규범을 마련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만든 협의체가 사이버스페이스총회다. 사이버 관련 국제안보·경제·사회·범죄·보안 이슈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규범과 신뢰구축 방안을 모색하는 고위급 국제 포럼이다.
지난 17∼18일 서울에서 열린 3차 사이버스페이스총회의 결과물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 위주로 치러졌던 지난 두 차례 총회와 달리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이 적극 참여했고, 정보통신기술 관련 국제기구별로 흩어져 있는 사이버 문제 관련 국제규범들을 집대성한 ‘서울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것이다. 사이버 기술의 고른 확산, 안전하고 개방된 사이버 공간 확립 등을 강조한 서울 프레임워크가 앞으로 국제사회가 사이버 공간 규범들을 확립해 나갈 때 주요 지침이 되길 기대해본다.
남혁상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