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준섭] 세 번째 도쿄올림픽의 의미
입력 2013-10-20 19:15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8일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2020년 제32회 하계올림픽 개최 도시로 도쿄를 선택했다. 유치과정에서 계속 열세가 점쳐졌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도쿄로서는 역전승을 거둔 것과 같은 결과여서 일본열도는 환호로 들끓었다. 환호와 동시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기사들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였다.
아베 총리는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직후 “올림픽은 경제에 있어서는 네 번째 화살이라고 해도 좋다”라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금융완화’, ‘재정지출’, ‘성장전략’을 아베노믹스의 세 화살이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도쿄올림픽이 네 번째 화살로서 일본경제를 부흥시킬 것이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일본경제를 부흥시키는 효과에 초점을 맞춘 보도의 홍수를 접하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의 의미에 대해 일본인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세 번째의 일이며, 실제로 개최되지 않았던 1940년의 도쿄올림픽과 1964년의 도쿄올림픽, 그리고 앞으로 개최될 2020년의 도쿄올림픽은 각기 서로 다른 시대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1935년 일본은 당시 우호국이었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의 직접 교섭에 의해 로마를 사퇴시킴으로써 헬싱키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1940년 제12회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군부는 전쟁물자 부족 등을 이유로 올림픽 개최에 반대했고, 군부의 압력이 증폭된 결과 1938년 각의에서 전쟁수행 이외의 자재 사용 제한과 올림픽 중지가 결정되게 된다. 이처럼 1940년의 개최되지 못한 도쿄올림픽의 중지 과정에는 일본의 군국주의의 모습이 선명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그렇게 본다면 설령 이 제12회 도쿄올림픽이 개최되었다고 할지라도 베를린올림픽 이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의 선전장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전후 일본의 경제부흥을 전 세계에 어필하는 장이 되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추어 도쿄에 지하철과 모노레일을 정비했다.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 신칸센도 개회식 직전에 완공하는 등 자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컬러TV의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 도쿄올림픽 즈음이었다. 상당수 일본인들은 지금도 1964년 도쿄올림픽을 전후한 때를 가장 활기찬 시대로 기억하고 있다. 이 시기를 묘사한 ‘3번가의 석양 64년’이라는 일본영화는 작년도에 개봉되어 기록적인 흥행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2020년의 도쿄올림픽은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인가?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회장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이전에 나고야까지 만이라도 리니어모터카를 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런 발상은 1964년 도쿄올림픽의 재탕일 뿐 전혀 신선미가 없다.
경제부흥을 어필하기에 급급했던 청년국가가 아니라 원숙한 중년국가가 된 일본은 이제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에 있어서도 그 원숙미를 과시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올림픽정신의 원점인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의 구현에 힘쓰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일본이 올림픽개최를 계기로 역사인식 문제 등에 대해 보다 전향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동아시아의 평화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면, 2020년 도쿄올림픽은 올림픽정신을 명실상부하게 구현한 대회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올림픽은 내셔널리즘의 각축장에서 탈피하여 ‘평화의 장’으로서 재탄생하게 될 것이며, 일본은 올림픽정신을 회복시킨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김준섭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