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특별한 리더십은 특별한 기록을 낳고…
입력 2013-10-20 18:58
포항 FA컵 최다 4회 우승, 모비스 프로농구 최다 17연승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리더십이 있다. 선수 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성적을 보면 놀랍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황선홍(45) 감독과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50) 감독. 이들은 지난 19일 나란히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토종 축구의 힘=포항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1대 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 3으로 이겼다. 통산 4번째(1996·2008·2012·2013년) 정상에 오른 포항은 전북(2000·2003·2005년), 전남(1997·2006·2007년), 수원(2002·2009·2010년)을 제치고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2연패를 달성한 포항은 상금 2억원과 함께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냈다.
이번 시즌 포항엔 외국인 선수가 없다. 구단의 재정이 열악해진 탓이었다. 다들 황 감독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황 감독은 오히려 “세 마리 토끼(리그 우승·FA컵 우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를 잡겠다”고 큰소리쳤다. 포항의 끈끈한 조직력과 ‘스틸타카(스틸러스와 바르셀로나의 패스 축구를 뜻하는 티키타카의 합성어)’를 믿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FA컵 결승전 후 인터뷰에서 “FA컵 우승을 간절히 바란 이유는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포항은 20일 리그 2위로 떨어졌다. 울산은 이날 서울을 2대 0으로 꺾고 승점 58점을 확보, 1위로 올라섰다.
◇전략 농구의 힘=유 감독의 별명은 ‘만수(萬手)’다. 만 가지 작전을 구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는 지도자다. 상대가 새로운 전술을 들고 나오면 밤을 새워 해법을 찾는다. 모비스가 정규리그 17연승을 기록한 원동력은 유 감독의 치밀한 전략과 조직력이다. 모비스는 1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고양 오리온스를 90대 58로 꺾었다. 정규리그 17연승을 질주한 모비스는 2011∼2012 시즌 원주 동부가 세운 역대 최다 연승 기록(16연승)을 갈아 치웠다.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는 지난 시즌 부문별 개인 타이틀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몇몇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유 감독은 소위 ‘튀는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리바운드, 수비 등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선수에겐 아낌없는 정을 쏟는다.
유 감독은 오리온스전이 끝난 뒤 “속이 시원하다. 자만하지 않고 연승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20일 경기에선 LG가 삼성을 88대 73으로 꺾었고, KT는 연장 접전 끝에 KCC를 92대 91로 제압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