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텝스 시험장에서 ‘커닝 도구’를 가지고만 있어도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을 뒤집는 것으로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영어 강사 김모(26)씨는 지난해 10월 1000만원을 받고 텝스·토익 시험 답안을 박모(30)씨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김씨가 소형카메라 등을 이용해 답안을 전송하면 박씨는 곧바로 이 답을 의뢰자에게 넘기는 방식이었다. ‘선수’ 역할을 맡은 김씨는 5차례 시험을 봤다. 2차례 커닝에 성공했지만 2차례는 기계 오작동으로 실패했다. 1차례는 김씨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답안을 보내지 않았다. 이들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기소됐다.
1심은 성공하지 못한 3차례 커닝을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가 답안을 전송하지 않았고 커닝 장비를 가지고만 있었으니 업무방해로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안승호)는 원심을 파기한 후 김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소지품을 내라는 시험감독관의 요구는 부정행위 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휴대전화나 소형카메라 등을 내지 않고 시험을 본 것은 감독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씨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원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토익·텝스시험 커닝 도구 갖고만 있어도 유죄”
입력 2013-10-20 18:54 수정 2013-10-20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