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때 性 제대로 배웠다면…” 성교육 나선 미혼모들

입력 2013-10-20 18:54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들이 청소년 성교육 강사로 나섰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경험에 비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 관념을 심어주려고 교단에 선 것이다.

유엔인권정책센터는 미혼모 모임 ‘인트리(人tree·변화된 세상을 만드는 미혼 엄마 모임)’ 회원 10명이 지난달부터 수도권 청소년 대안학교 8곳에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청소년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에서 성교육 강사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정리했다. 처음 ‘성’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만 해도 쑥스러워 얼굴이 붉어지던 이들은 실전을 거듭하며 달라졌다. 학교 수업 이후에 회원들끼리 토론하며 어떤 성교육이 더 효과적일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열혈강사’가 됐다.

지난 17일 서울 대학동 대안학교 꿈타래학교에서 첫 수업을 가진 최형숙(41·여)씨는 교단에 서자마자 미혼모란 사실을 먼저 얘기했다. 최씨는 학생들에게 ‘임신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출산했을 때 아기를 기를 것인지, 입양시킬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혼모 문제는 사실 성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나라 성교육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이은나래 간사는 “미혼모는 대부분 이른 나이에 출산하면서 청소년기 성교육의 필요성을 경험으로 깨달은 이들”이라며 “그들이 느끼는 출산과 양육, 사회적 편견을 직접 들려주면 청소년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