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화 14년 만에 ‘법외노조’의 길을 택해 교육현장에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앞두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정부와 전교조의 ‘벼랑 끝 대립’이 불가피하게 됐다. 법외노조로 전환되면 정부의 예산 지원이 끊기고 단체협약·교섭에서 제외된다.
◇투쟁 격화될 교육현장, 파장은=법외노조를 선택한 전교조는 앞으로 대규모 조합원 집회 등을 통해 ‘조직 사수’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9일에는 전국 조합원 8000여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법외노조화에 반대하는 집중 투쟁을 벌였다.
전교조는 23일 고용부의 법외노조 전환 통보가 오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연계한 촛불집회와 조합원 연가투쟁 등의 총력 투쟁도 벌일 계획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법외노조가 되면 당장은 피해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법적 정당성과 국민여론 모두 전교조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며 끝까지 투쟁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교육현장의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어 전교조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투쟁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평일 집단 연가투쟁 등을 벌일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7·여)씨는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총투표다, 연가투쟁이다 해서 학교가 들썩이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 “교사들이 자신들의 조직 보호를 위해 학생 수업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교육현장 안팎에서 교사들의 전교조 탈퇴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전교조 전임자 77명이 교단 복귀를 거부할 경우 정부가 해임 등 중징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해직과 법적 투쟁, 장외 투쟁 등이 잇따르면서 교육현장의 혼란은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교사로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법내노조가 되기 위한 고민과 활동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외노조, 무엇이 달라지나=전교조가 합법 지위를 잃으면 노동조합법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된다. 전교조는 현재 합법적 노동조합 자격으로 교육부, 시·도교육청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법외노조가 되면 단체교섭 자체가 중단되며 이미 체결된 17개 시·도지부의 단체협약과 진행 중인 단체교섭도 무효화된다. ‘노동조합’이란 명칭도 쓸 수 없고 전임자들은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
돈 문제도 발생한다. 그동안은 조합비를 조합원 월급에서 원천징수했지만 법외노조가 되면 그럴 수 없다. 지부·지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조합비를 걷어야 해 예산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 지원금도 끊긴다. 전교조는 현재 교육부에서 본부와 각 지부의 사무실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52억원을 받고 있다. 법외노조가 되면 이를 모두 반납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지원해온 교육활동사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미 전교조 서울지부가 학생농구대회, 학생신문 발간 등을 위해 신청한 학생·청소년사업 보조금 1500만원의 지급을 보류한 상태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전교조, 정부와 충돌 불가피… 또 교실 밖으로 나가나
입력 2013-10-20 18:53 수정 2013-10-20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