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정치생명, 이번엔 끝?… 법원 “2년간 공직활동 금지”
입력 2013-10-20 18:43
2011년 11월 전 세계 언론은 당시 경제불황 및 미성년자 성추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7) 전 이탈리아 총리에 대해 ‘정치적 사망기사’를 썼다. 하지만 1년 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정계에 복귀했다. ‘불사조’라는 수식어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법원이 그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 지난 8월 탈세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데 대해 징역 4년에 2년간의 공직활동을 금지한다고 19일(현지시간) 확정 판결한 것. 대놓고 정치활동을 못하게 발을 묶은 데다 베를루스코니의 고령을 감안할 때 이번이야말로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신은 딱 잘라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베를루스코니와 이제는 작별할 시간인 것 같다”면서도 “정말 이것이 베를루스코니의 마지막일까.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고 전했다.
1994년 정계 입문 후 20년간의 정치활동 기간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30건이 넘는 재판을 받았지만 실형을 확정선고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막대한 부와 총리를 세 번 지내며 쌓은 인맥으로 법을 고쳐가면서 감옥살이를 피해왔다. 이번에도 4년 징역형을 1년으로 감형하는 데 성공했고, 그마저도 고령을 내세워 사회봉사로 대신키로 했다.
결국 그의 정치인생은 공직활동 2년 금지와 상원직 박탈 여부에 달려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해 유죄가 확정된 의원에 대해 의정활동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상원 특별위원회는 이달 초 베를루스코니의 상원의원 자격 박탈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는 이달 말 의회 본회의에서 전체 표결을 통해 통과돼야 확정된다.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베를루스코니의 로비도 만만찮게 가동될 전망이다. 베를루스코니 측 변호사는 또 공직활동 2년 금지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베를루스코니의 앞날은 정계 ‘퇴출’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미성년자 성매매 및 권력남용 혐의로도 7년 징역형과 함께 평생 공직진출 금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또 다른 뇌물수뢰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