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가 폭발물 탐지왕” 견공들의 승부

입력 2013-10-21 04:59


30돌 맞은 경찰견制… 전국 대회 가보니

17일 오전 9시 인천 중구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운동장에 컨베이어 벨트가 등장했다. 1번 코스인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여행 가방이 가득 놓여 있었다. 수많은 마네킹 사이로 수하물이 어지럽게 놓인 2번 코스는 공항을 연상케 했고, 다양한 크기의 상자가 빼곡한 3번 코스는 수하물 창고를 본떴다.

경찰특공대원들이 ‘특수 장비’와 함께 모여들었다. 폭발물 탐지견이었다. 군견과 달리 계급이 없는 경찰견은 특수 장비로 분류된다. 이들은 ‘제7회 전국 경찰특공대 전술평가’의 폭발물 탐지 대회에 참가했다. 우승자에겐 상금과 경찰청장 표창, 포상휴가는 물론 승급 기회까지 주어진다.

‘특수 장비’들이 몸을 푸는 사이 TNT와 C4 등 폭발물이 코스 곳곳에 숨겨졌다. 탐지견을 쓰다듬는 대원들 손길엔 긴장과 애정이 함께 묻어났다. 티미(3·셰퍼드)와 함께 참가한 인천특공대 박중길(32) 경장은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했는데 올해는 꼭 우승하겠다”고 했다. 최고령견인 대전특공대 엔도(7·셰퍼드)와 출전한 유태선(31) 경장은 “여섯 번째 출전이어서 꼭 우승해야 한다”며 엔도를 연신 쓰다듬었다. 대원들은 “1등만 하면 개가 삼겹살을 실컷 먹게 쌈까지 싸주겠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캐시(4·셰퍼드)를 데리고 온 부산특공대 최창현(29) 경장은 “특공대 명예가 걸려 있어 한 달 전부터 서로 훈련 상태를 전화로 체크하며 신경전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폭약 냄새가 충분히 퍼진 오전 9시50분쯤 경기가 시작됐다. 탐지견들의 거친 숨소리와 “옳지, 헤이, 굿 보이”하고 독려하는 대원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시간 접전 끝에 우승은 부산특공대에 돌아갔다. 최 경장은 “캐시가 올 초 오른쪽 앞다리를 다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잘해줘 고맙다”면서 “포상으로 오늘 밤엔 TV도 보여주고 방에서 데리고 자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1983년 도입된 경찰견 제도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당시 폭발물탐지견 4마리에 불과했던 경찰견은 20일 현재 119마리가 활동 중이다. 셰퍼드, 마리노이즈, 스프링거스파니엘,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 4종이 활약하고 있다. 폭발물탐지엔 인내심 많은 리트리버가, 실종자·시체 수색엔 후각과 체력이 좋은 셰퍼드나 마리노이즈가 뛰어나다.

경찰견은 대원들이 전국을 돌며 한 살 전후의 개를 심사해 고른다. 대개 세 살부터 활동해 46개월이 되면 실전 배치되고 6∼7세 때 현장에서 전성기를 누린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복제견도 공급받지만 아직 시범 단계다. 10세를 넘긴 경찰견은 각 지방청의 ‘은퇴견 심사위원회’를 거쳐 분양된다. 지난 8월 폭발물탐지견 케이(10·셰퍼드), 쿤도르(10·셰퍼드), 평강(10·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은퇴식에선 분양 경쟁률이 13.5대 1이나 됐다.

인천=글·사진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