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초보 기독인’ 프로골퍼 강수연의 신앙 이야기

입력 2013-10-20 18:29


“최종라운드 2타차 공동 3위… ‘도와주세요 하나님’ 기도에 8년만의 우승을 선물해주셨죠”

지난 13일 일본 시즈오카현의 도메이골프장(파72·6540야드)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스탠리레이디스 토너먼트 최종 3라운드. 프로골퍼 강수연(37·여) 선수는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3라운드를 시작했다.

“도와주세요, 하나님.”

손에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된 경기. 강 선수는 하늘을 쳐다보며 평정심을 찾으려고 애썼다. 위기의 순간마다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아온 그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했다. 6∼8번 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아냈다.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타를 줄였다. 합계 12언더파 204타. 우승이었다. 공동 2위인 요코미네 사쿠라와 노무라 하루쿄를 3타 차로 제치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05년 미국 LPGA 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8년 만의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강 선수는 2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았다.

“퍼팅이나 샷을 하기 전에 하나님을 찾으며 의지했습니다. 하늘을 날듯 기분이 좋다가도 8년 만의 우승이라 그런지 실감이 잘 안 나요.”

강 선수는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에덴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초보 크리스천이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뒤 강 선수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시합을 하더라도 그전에는 그냥 시합을 하는 거였어요. 잘 했든 잘못 했든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이제는 길을 찾았다고 할까요. 결과에 상관없이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식의 우승 소감을 말하진 않았지만 그의 신앙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그의 가족 중 크리스천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하나님을 영접한 어머니 이숙경(60)씨와 미국 유학 중 크리스천이 된 여동생 현정(34)씨가 강 선수를 전도했다.

에덴교회 담임 윤명수 목사는 “골프 가방에 부적을 붙이고 다니던 강 선수가 주님 안에서 기도하며 필드를 걷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현역 여자 프로골퍼 중 최고령인 강 선수는 1999∼2001년 3년 연속 시즌 평균타수 1위, 2000∼2001년 상금왕을 차지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2005년 미국 L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2011년 일본 무대로 진출했으나 부상을 당하는 등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도메이의 우승까지 맛보았다.

“신앙생활은 아직 완전 초보라 저 자신도 앞으로 하나님을 어떻게 섬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성경공부도 할 생각입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