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과거사 반성할 줄 아는 독일
입력 2013-10-20 18:17
지난 8월 하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뮌헨 남부 다하우(Dachau) 나치수용소를 찾아 헌화했다. 전후 현직 총리로는 처음이라는 그의 행보는 과거사에 대해 결코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아베 정권과 대조를 이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반성할 줄 아는 독일. 그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나치 시절 국가가 인종, 종교,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떻게 인권을 유린했는지, 그 치욕스러운 현대사의 과오를 후세대에게 가르친다. 메르켈 총리가 찾았던 다하우 나치수용소는 초·중·고생의 수학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지난달 10일 아침 베를린 중심가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찾았을 때 과거사 반성을 미래세대에게 가르치는 독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이 지하 전시관 개장을 기다리며 무거움이 감도는 추모비를 둘러보고 있었다. 서부 뒤셀도르프에서 온 뒤셀도르프국제학교 여교사 크리스티나 요시다(60)씨는 스무명 남짓한 남녀 고교생들을 가리키며 “저 학생들을 인솔해 멀리서 수학여행을 왔다”고 말했다. 남편이 일본인이라는 그녀는 “자라나는 세대는 독일 역사를 알아야 하며 수치스러운 나치의 역사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는 학교 교과과정에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기념관이나 박물관 견학을 의무화한 주가 많다.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관리하는 유대인희생자기념재단의 우베 노이매르커 사무국장은 “큰 경제적 부담 없이 견학할 수 있도록 정부뿐 아니라 사회단체 등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비의 경우 청소년 관람객 비중이 60∼70%에 달한다.
미래세대에게 과거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선 학계도 적극 고민한다. 지난 6∼9일 바이에른 주 아우크스부르크대학에서는 바이에른정치교육연구소, 바이에른추모기념재단 공동 주관으로 ‘21세기의 홀로코스트 교육’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행사를 준비한 이 대학 에바 마테스(Eva Mattes) 교수는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지 70년이 넘어서면서 증언자 대부분이 사망했다. 홀로코스트 이후 태어난 세대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집단학살의 참상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자라나는 세대에게까지 과거사 반성을 전하려는 독일의 정신. 이것이 한때 과오를 저지른 국가가 다시 유럽과 세계의 리더로 부상하도록 만든 저력이었다.
베를린=손영옥 문화생활부장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