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트위터 대선 개입’] ‘문재인, 종북 넘어 간첩 수준’… 광범위 SNS 선거운동 의혹
입력 2013-10-20 18:11 수정 2013-10-21 00:43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후원 계좌를 홍보하거나 박 후보 선거운동본부인 국민행복캠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까지 직접 퍼나르기(리트윗)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지·옹호하는 내용을, 문재인·안철수 의원과 야당은 비방·반대하는 내용을 주로 퍼 나른 것으로 파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짙다는 판단이다. 수사팀은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 이후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 수백개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여 왔다.
◇박근혜 후보 편들기=수사팀이 확인한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위터 글 내용은 지난 6월 검찰이 공개했던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보다 강도가 세다. 국정원이 옮긴 트위터 내용은 ‘박근혜 여성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여성 대통령이 최고의 정치쇄신’ ‘확실하게 준비된 여성 대통령’ 등 박 대통령을 향한 지지와 경쟁 후보에 대한 비판이 직접 담겼다.
국정원은 ‘박 후보 후원계좌 안내’라는 글과 함께 ‘ARS 후원전화(한 통화에 3000원) 060-700-2013 여러 통화 해도 됩니다’라며 후원금 모금운동 글까지 직접 작성해 여러 차례 올렸다.
국정원은 ‘아기 키우기가 기쁨인 나라를 만들겠다’ ‘지금이야말로 민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질 수 있는 어머니와 같은 희생과 강한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 때’ 등 박 대통령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했던 발언 내용도 그대로 전파했다. ‘박 후보 가슴팍에 새긴 등록금과 일자리 두 단어를 봐 주세요’ ‘박 후보 고령자 임플란트, 암 등 4대 질환 무료로 치료하게 한다’ 등 대선 공약을 다룬 행복캠프 홍보 내용도 퍼 날랐다.
50~60대를 겨냥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글도 올렸다. ‘박정희 이름 석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박정희가 독재자라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라며 새벽잠을 좀 일찍 깨웠다고 독재자?’라는 식이다.
◇노골적인 문재인·안철수 후보 비판=야당 경쟁 후보에 대한 비방 글은 거칠었다. 국정원은 문 의원과 안 의원에 대해서는 주로 ‘종북몰이’ ‘정책비방’ ‘인신공격’ 형태의 글을 퍼 날랐다. ‘안철수, 노무현을 잇는 적극적 반통일주의자’ ‘문재인은 남북연방제-적화통일(공산화)을 이루겠답니다’는 글을 퍼 나르는 식이다.
국정원은 문 의원을 향해서는 ‘문 의원 주군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 ‘문 의원 대북관은 종북을 넘어선 간첩 수준’ ‘문재인 부친이 북괴 인민군 장교 출신’ ‘북한이 먼저다 문재인 종북캠프’ 등 종북몰이 성격의 글을 직접 작성해 올리거나 퍼 날랐다. 국정원이 리트윗한 글의 원 작성자 중에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소속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에 대한 글은 ‘목동 황태자 안철수의 여자관계 의혹, BW(전환사채), 포스코 사외이사 등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자 자폭하는 꼴이 됐다’ ‘안철수, 전라도 가서는 호남의 사위, 내가 보기엔 이솝우화에 나오는 박쥐’ ‘안철수는 술을 너무 마셔 간염이 도졌다는 기사가 있다’는 식의 인식공격이 주를 이뤘다.
국정원은 ‘대통령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찰쓰(안 의원)나 재인이가 대통령 할 바에 차라리 개나 소를 시키세요. 둘보다는 나을 겁니다’ ‘문죄인(문 의원) 국민에게 절망을, 안철수 국민에게 개살구의 엉망을’이라며 폄훼하는 글도 올렸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