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車·반도체 수출 급증… 한국경제 빨간불
입력 2013-10-20 18:01
엔저 정책(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이 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9월 엔저가 시작된 뒤에도 감소세를 보이던 일본 수출은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상승흐름을 탔다. 통화가치 하락 혹은 환율 상승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준다.
일본 수출에 탄력이 붙으면서 우리 경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합하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 우리 주력 제품의 수출이 차츰 둔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엔·달러 환율 상승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우리 제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의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의 수출물량이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20일 밝혔다.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6.3%를 기록하며 반짝 성장세를 보인 뒤 2월 -2.9%, 3월 1.1%, 4월 3.8%로 다시 부진에 빠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엔저 정책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5월을 분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5월 10.1%에 이어 6월 7.4%, 7월 12.2%, 8월 14.6% 등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품목별로 우리나라와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철강, 자동차 부품 등도 감소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
무협은 ‘엔화 평가절하→달러 기준 수출단가 하락→수출물량 증가→달러 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엔저 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서로 중복되는 수출품의 경쟁 격화다. 올 들어 8월까지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 수는 55개다. 지난해(49개)보다 6개가 늘었다. 중복 품목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한다.
무협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對) 일본 수출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엔저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한·일 경쟁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