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케이블 담합사들 99% 이상 낙찰률

입력 2013-10-20 17:59 수정 2013-10-20 00:37
전선업체의 원전 케이블 입찰 담합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연루 가능성을 보여주는 국정감사 자료가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20일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전 케이블 납품 담합에 가담한 5개 업체의 2004~2011년 공사 계약 8건의 평균 낙찰률은 99.1%였다. 5개 업체는 LS전선, JS전선, 대한전선, 극동전선, 서울전선이다. 이들은 신고리 1·2호기 등 원전 8기에 설치될 케이블 717억원어치에 대한 납품 계약을 했다.

낙찰률은 공사 발주자가 비공개로 산출한 공사 예정가격 대비 계약 업체가 입찰 시 써낸 가격의 비율이다. 2009년 2월 계약이 맺어진 신고리 3·4호기 전력·제어·계장 케이블 납품 입찰 당시 JS전선은 104억27만6000원을 써내 낙찰률 99.6%로 계약을 따냈다. 예정가격은 이보다 불과 3863만6000원이 높은 104억3891만2000원이었다. LS전선과 서울전선은 예정가격보다 높은 입찰가를 써내 탈락했지만 다른 공사에서 99% 이상의 낙찰률을 보이며 계약을 따냈다.

김 의원은 “8건의 계약을 보면 업체별로 돌아가면서 낙찰을 받았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입찰 담합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찰률이 거의 100%인 것은 업체들이 경쟁사의 입찰가를 사전에 파악했다는 증거이자 한수원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라며 “한수원은 의혹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예정가격은 과거 계약금액과 업체들이 제시한 견적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므로 낙찰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전산시스템으로 관리되므로 임찰 마감까지 누구도 예정가격을 알 수 없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재벌닷컴은 담합 전선업체 8곳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주주 일가에 지급한 배당금이 모두 769억45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8개 업체의 5년간 총 접대비는 139억9900만원으로 기부금 70억200만원의 거의 두 배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