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요즘 “사용자 사생활 지켜라”

입력 2013-10-20 18:00 수정 2013-10-20 01:08

직장인 최정민(31)씨는 요즘 들어 부쩍 사생활 보호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에 눈이 간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저마다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면서 직장 동료나 친구들끼리 스마트폰을 ‘구경’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20일 “누가 내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이 ‘무방비 상태’가 된다”며 “다음에는 중요한 기록은 나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마트폰을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IT업계가 ‘사생활 보호’에 주목하고 있다. 지문은 물론 홍채 인식 등 사용자에게만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기능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개인정보의 양이 방대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정보를 도용당하거나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때 입는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양을 가진 IT기기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폐쇄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단말기 시장에서는 콘텐츠 보안에 집중하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세계 최초의 지문인식 스마트폰 ‘베가 LTE-A’를 선보인 팬택은 최근 지문인식 기능을 강화한 패블릿 ‘베가 시크릿 노트’를 출시했다. 시크릿 노트는 사진 등 콘텐츠를 사용자의 지문인식으로만 열 수 있는 ‘시크릿 박스’와 통화기록 등을 지문인식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시크릿 전화부’ 기능을 탑재했다.

애플도 지난달 공개한 신제품 아이폰5S에 지문인식 센서를 장착했다. LG전자 ‘G2’는 ‘일반 모드’와 ‘게스트 모드’의 잠금 패턴을 따로 설정해 스마트폰을 마치 2대처럼 쓸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사람이 기기를 사용할 때 게스트 모드로 들어가면 제한된 애플리케이션만 구동돼 민감한 정보의 노출 가능성이 줄어든다. 삼성전자가 내놓을 차기 스마트폰에는 눈동자(홍채) 인식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생활 보호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비슷한 기능의 모바일 메신저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별도로 삭제하지 않으면 대화를 주고 받은 기록은 그대로 남는다. 휴대전화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착안해 SK플래닛의 미국 법인 틱톡플래닛은 보안기능을 강화한 ‘프랭클리 메신저(Frankly Messenger)’를 개발했다. 이 메신저에서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한 지 10초가 지나면 대화창에서 메시지가 자동 삭제된다.

IT업계는 보안 기능 강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수첩·지갑·앨범을 대신하면서 점점 더 중요한 정보를 많이 담게 되는 만큼 정보를 보호하는 기능도 뛰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츠에 보안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전망”이라며 “특히 보안이 뛰어난 모바일 금융서비스 등은 소비자들이 비슷한 ‘스펙’의 제품이라면 좀 더 안전한 기기를 선택하도록 하는 매력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