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새마을운동 다시 확대 왜?

입력 2013-10-21 04:59


‘새마을운동→국민통합→제2 한강의 기적’ 강한 의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遺産)인 새마을운동이 박근혜정부에서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에서는 ‘유신의 잔재’로 평가절하됐지만 현 정부 들어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발전되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20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을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대해선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 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 정신을 살려서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제2의 새마을운동은 나눔, 봉사, 배려의 (기존) 실천 덕목을 더해 국민통합을 이끄는 공동체운동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국민 정신운동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새마을운동의 본격적인 부활을 예고했다. 지난 6월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농촌개발 전략’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세일즈 외교’의 주요 수출품으로도 활용됐다. 박 대통령이 이달 초 동남아 순방에서 아세안(ASEAN) 회원국 정상들과 개별적으로 환담할 때 새마을운동이 화두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가 만난 많은 개도국 정상들은 한결같이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정부는 지구촌 새마을운동을 국제협력 프로그램의 중요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적극 나서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박 전 대통령의 과업을 긍정적으로 재조명하면서 동시에 당시처럼 경제부흥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제2의 새마을운동 추진→국민통합→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 때와 유사한 경제개발 로드맵이다.

하지만 개발독재시대의 상징적 구호였던 새마을운동을 21세기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대목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에서 하나의 구호를 제시하고 획일화된 지역발전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경제개발의 단초였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국민 통제를 강화해 독재체제를 지속시킨 관제 운동이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박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새마을운동의 내용과 실천 방식을 시대에 맞게 바꿔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