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法外노조 선택한 전교조 실망스럽다
입력 2013-10-20 17:38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법외(法外)노조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전교조는 지난주 3일 동안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실시한 총투표에서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명령을 거부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총투표에는 전체 조합원의 80.96%인 5만9828명이 참여해 68.59%가 노동부의 합법적인 명령에 따를 수 없다는 방안에 찬성했다.
전교조와 노동부의 공방과 대법원 판결을 보면 전교조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노동부는 2010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여러 차례 “해직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규약을 개정하라”고 전교조에 통보했다. 전교조가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노동부 손을 들어줬다. 실정법으로 보나 대법원 판결로 보나 전교조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그동안 노동부는 전교조가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교조가 총투표를 통해 정면으로 실정법을 위반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차원을 넘어 자못 실망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학생들에게 준법정신을 심어주기는커녕 자신이나 조직의 이익에 반하면 실정법을 어겨도 된다는 그릇된 법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들에게 학생을 맡긴 학부모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외노조가 될 경우 전교조가 입게 되는 불이익은 한둘이 아니다. 1999년 합법화된 뒤 14년 만에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전교조 본부나 지부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과 벌여온 단체협약 교섭·체결권을 모두 잃게 된다. 전교조 본부와 지부의 임차보증금, 행사 지원비, 사무실 비품 등 정부로부터 받은 다양한 혜택도 내려놓아야 한다. 설혹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전교조를 지원하게 되면 교육부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본부와 지부에서 활동하는 노조 전임자들이 일선 학교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을 챙기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총투표에서 전교조 노선에 반대한 조합원들이 등을 돌린다면 조직 자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불이익을 감수한 채 법외노조를 선택한 것은 앞으로 전교조의 투쟁 수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전교조는 19일 조합원 8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도심 일대에서 총력 투쟁을 다짐했다.
노동부는 물러서면 안 된다. 노동부는 당초 밝힌 대로 오는 23일 전교조에 ‘노조 아님(법외노조)’을 통보해야 마땅하다. 전교조가 실정법을 위반하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한 만큼 법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야 옳다. 다른 노동단체들이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